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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나 Nov 01. 2020

Find peace in the letting go

[2020.10.3~23] 미라클 모닝 일지



Find peace in the letting go



  최근 야근이 잦아진 남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취침시간이 늦어졌다. 미라클 모닝이 힘들어졌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중이다. 그동안 미라클 모닝 일지 대신 낮과 밤에 일기를 쓰며 지냈다. 벌써 굿노트 일기장이 80쪽 넘게 채워졌다. 매일 적은 것은 아니니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도 세 달은 족히 넘는다는 뜻이다.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흔들릴 때가 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흔들릴지언정 나는 오늘도 읽고, 쓰고, 생각한다.







Oct 3.


 토요일 아침이라 여유를 갖고 일어났다. 평소보다 조금 길게 명상과 요가를 하고, 한참 그림을 그렸다. 강아지 한 마리를 옆에 뉘인 채 명상을 하는 모습이었다. 손끝이 반복과 집중 속으로 빠져들수록 딴생각들이 사라졌다. 그래. 나는 이 고요한 아침에 그림을 그리는 여유를 만끽하고 있구나. 참 소중한 시간이다.

  얼른 아침을 먹고, 오늘 하루를 알차게 시작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서운하게 하고, 상처 줄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오늘 하루 나에게 슬퍼하고 있으라고 강요한 사람은 없다. 만약 과거의 누군가가 한 행동으로 현재의 내가 오늘을 허비한다면 그것은 내 탓이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내 몫이다. 지금 이 순간이 불행한 것은 남의 탓이 아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




Oct 5.


 아침 교실에서 쓰는 일기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 어젯밤, 00와 즐겁게 통화를 해서였을까.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날씨는 매우 쌀쌀하다. 집에 있는데도 한기가 느껴져 이제 정말 수면 잠옷을 꺼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밖에 나오니 더욱 추웠다.

  학교에는 7시 반도 되지 않아 도착한 것 같다. 환기를 시키고, 포트를 씻어 물을 끓이고, 다시 창문을 닫고, 명상을 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지금도 8:11 밖에 되지 않았다. 가끔 예상치 못한 교통 상황으로 늦거나 조마조마한 경우가 있어 빨리 와버렸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일찍 올 필요는 없을 듯하다. 특히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이른 아침은 더욱 어둡고 추울 테니까. 오늘은 7시가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앞으로는 확언까지 하고 7시 20분에 나와야지.

  일기를 쓰면서도 계속 추위를 느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 바람이 반가웠는데, 이제는 히터를 틀어야 할 것 같다. 보온기능이 잘 되지 않는 표면이 뜨끈뜨끈한 스테인리스 이중 컵이 오히려 손난로 같다.

  이번 주에는 학년 교육과정을 제출한다. 그간 수정에 수정을 거쳤다. 학교 교육과정은 몇 번이나 기안과 재결재를 거듭했다. 올해는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한 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이 정리될 때가 있다. 어제는 00과 이야기를 하던 중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서 개인을 둘러싼 인간관계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개인 자체의 자존감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라 할 지라도 그 자존감을 굳건히 받쳐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다. 개인이 하나의 집이라면 그 집을 떠받치는 지지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지지대를 여러 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 밑동 하나가 썩거나 부러진다 해도 다른 지지대가 있다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하나의 인간관계에만 너무 몰입하고 의존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가끔 누군가와의 관계를 세상의 전부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위험한 것이다. 인간관계에도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하나의 관계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와 성격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로 나를 튼튼하게 둘러싸고 인간관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Oct 6.


  어제 9시쯤에는 00가 왔다. 이 집에 남편 아닌 사람을 들여 잠까지 재운 건 처음이다. 그 아이는 사람을 정말 편안하게 한다. 판단과 힐난 없이 지지와 수용을 보내는 사람이다. 해맑고, 재미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싸구려 와인의 안주는 무화과와 치즈, 과자 몇 봉지였다. 과자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무화과가 열 일했다. 시장에서 사 온 한 박스에 3500원짜리 떨이 무화과는 20개는 됨직했다. 가격에 혹하긴 했지만 맛이 의심스러웠는데 과육이며 당도며 대만족이다.

  싸구려 소비뇽 한 병에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의도치 않게 산 무화과가 맛있다는 사소한 일 하나 때문이고, 내 곁에 있는 좋은 사람 때문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과 감사를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가진 나 자신 덕분이다.

  행복은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Oct 22.


  최근 야근 후 집에 늦게 도착하는 남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취침 시간을 늦추게 되면서 미라클 모닝이 힘들어졌다. 미라클 모닝을 위해 일찍 자고, 새벽에 혼자 일어나 출근해버리면 남편과 하루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라클 모닝을 통한 마음 돌봄과 남편과의 시간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는 없을까 고민이 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루틴을 지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은 미라클 모닝을 최대한 짧게 하고 일기나 독서를 출근 후나 자기 전에 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렇게라도 지속하다 보면 또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Oct 23.


  어제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아침에도 힘없는 엔진 소리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렇게 문제가 생길 줄이야.
  긴급출동 서비스를 신청하고 처음엔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끽해봐야 배터리 교환이겠지 생각했다. 10분이면 될 줄 알았던 교체 과정이 30분이 되고, 1시간이 걸렸다. 결론은 알터네이터(발전기)가 문제라는 것. 발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주행 중에도 배터리를 소모하게 된다는 말이었다.
  발전기를 교체하지 않으면 운행 중 시동이 꺼질 수 있어 최대한 차를 쓰지 말고 정비를 받으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큰 문제에 멘붕. 4륜이라 토잉이 아닌 실어가는 견인차를 불러야 한다. 일단 차를 주차장에 두고 집에는 대중교통을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 안에서 전화로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부품 값만 120만 원이라고 한다. 역시 미국에서 붕붕이를 갖고 온 건 무리였을까. 다시 한번 깊은 멘붕을 느꼈다. 어제 The having을 읽고 ‘있음’에 집중하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건만 이렇게 ‘없음’을 절감하게 만드는 일이 생기니 또 흔들리고야 만다.
  하루가 지났다. 흙탕물이 맑아지듯 쓸데없는 근심이 가라앉았다.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고, 조퇴를 올렸다. 하나씩 필요한 일을 하고 결정을 내렸다. 그래. 어차피 때가 되어 교체해야 하는 것을 교체하는 것이고, 그나마 운전 중에 시동이 꺼지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필요한 곳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여분의 돈과 이를 채워 넣을 능력이 있으니 감사하지 않은가. 결핍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고, 느끼고, 감사하고, 기뻐하자. 이미 나는 충분히 갖고 있고, 더 갖게 될 것이다.



  신기하게도 저렇게 일기를 쓰고 서비스 센터에 갔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배터리 센서 때문에 전압이 낮게 측정된 거라서 발전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단골이라 점검비도 받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한낮에 코엑스에서 홀로 여유로운 나들이를 했다. 파란 하늘을 보고 산책을 했고, 별마당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었다.

  차를 핑계 삼아 일터에서 나를 꺼내 쉬게 해 주신 기분이 들었다. “얘야, 마음을 내려놓으렴. 세상 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거야. 네가 걱정한다고 해서 좋은 일만 생기는 것도, 나쁜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란다. 그저, 언제나 좋은 것을 보고 갖고 있는 것을 느끼거라.”하고 말씀하시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불안’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불안이 많은 사람인지도 생각한다. 불안이 사람을 얼마나 조바심 내게 하는지를 깨닫고, 작은 삶의 위협에도 크게 흔들리게 한다는 것을 느낀다. 열두 발자국에서 정재승 박사는 미래를 모두 통제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어차피 삶은 통제할 수 없다.
  불안을 내려놓자.





아침의 책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오후
  인문학에 대한 소양이 교양으로 여겨지게 된 시대. 우리는 여전히 기술과 과학에 무관심하며, 때로는 경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현대 과학 기술 자체를 아는 것은 어렵고, 불가능하다. 적어도 그 가치를 알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더불어 과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이른바 이과적 감수성도 함께 길러지기를.
 프리츠 하버에 관한 이야기. 질소를 이용한 인공 비료의 발견. 인구의 증가. 발전과 환경 파괴. 그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불어 프리츠 하버의 삶을 통해 신념의 강도와 방향이 강하고 부정적일 때 그 결과가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유대인계 독일인이었던 그는 인공비료로 사람을 살리기도, 독가스로 사람들을 죽이기도 했다.

-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인데 다른 책들이 재미있어서 이건 중간에 멈춤. 다음 주에 읽어야지.




  <The Having> 이서윤, 홍주연

  한동안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자주 본 책이다. 지금도 있을지 모르겠다. 금융 서적이라고 하기에는 비과학적인 내용이 많다. 솔직히 문장도 끌리지 않고, 진부하게 느껴진다. 한 개인을 무협지 주인공처럼 묘사하는 게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 해외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사실에 기대했는데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를 잘했구나 싶은 구석은 있다. 문장이 반복되고 부자연스러울지는 몰라도 홍주연 작가의 진솔함이 좋았다. 누구나 하는 고민. 분명 열심히 살고 있는데 월급은 매달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남들은 세상의 재미를 한껏 누리며 사는데 나는 한 두 푼에 쩔쩔매면서 살고 있는 느낌. 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으나 부자로의 길은 너무나 요원한 그 기분. 읽으며 공감했고, 위로받았다.
  누군가에게는 내 상황이 그런 생각을 할 만큼 부족해 보이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핍감이란 실제로 얼마만큼 갖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원하는 양과 소유량 사이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기에 누구든 결핍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결핍감을 생각의 전환으로 메꾸라고 말한다. 내가 가진 것을 기억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결핍으로 인한 불안이 감사와 충만함으로 바뀐다.
  나는 불안이 많은 사람이다. 어설픈 완벽주의와 어렸을 때부터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것, 타고난 성정이 나를 한없이 쉽게 불안으로 이끈다. 항상 뭔가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 더 많이 가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인데도 갖지 못한 것이 생각난다. 채워진 곳이 배경으로 물러나고 비어있는 곳이 전경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배경과 전경을 전환해야 한다. 결핍과 불안과 긴장을 밀쳐내고, 감사와 편안함과 충만함을 느끼자.
  아끼지 않고 책에 노란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다시 한번 읽으며 마음의 빗장을 풀자. 한계를 짓지 말고 흐름 위에 올라타 기세를 잡자.
  가장 경계해야 할 마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질 거라고. 하지만 무언가를 강렬하게 구하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그것이 없음을 강하게 인지하고 느끼는 것이다. 즉, 결핍에 집중하는 것이다. 오히려 마음을 내려두고, 현재 내가 가진 것을 느끼고 감사하자. 그것이야말로 더 많은 것을 내게 끌어당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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