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나 Jul 16. 2023

아이들에게 온기를 전하고, 감정을 휘두르지 않는 어른

[2023.7.11.~7.14.] 미라클 모닝 일지





July 11.


 평일에 지나치게 일찍 일어나는 것은 오히려 주말보다 무리가 된다. 활동량도 많고, 남편과 저녁에 시간을 보내다 보면 12시에 이르러 잠이 들기 때문이다.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6시 20분에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침 루틴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15분 명상과 스트레칭, 5분 확언, 일기 20분. 40분의 알찬 루틴이다.

 독서는 아침 루틴에 넣기에는 역시 부담이 된다. 책은 틈틈이 읽고 저녁에 정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침에 읽을 책을 정해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다. 오늘치 정신을 위한 땔감을 넉넉히 준비한 느낌이랄까.

 이사를 온 뒤로 루틴 전체를 한 것은 처음이다. 아침 준비하는 남편의 소리와 분리될 수 있도록,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장소와 방식을 찾아야겠다.


+) 드디어 출간 계약을 했다.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계약서를 쓰는 날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뛸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다. 전자 계약서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미 투고 자체로 나 자신이 뿌듯하고 대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출간을 원한다는 출판사의 메일을 받았을 때 이미 어마어마한 기쁨을 느꼈다. 어쨌든 출판 계약을 완료했고, 쓰는 일만 남았다!




July 12.


어제는 왜 그렇게 학교에서 화가 쉽게 났는지 모르겠다. 출근길 새어 나오던 하품으로 보았을 때 역시 몸이 피곤하니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일까 짐작해 본다. 예민한 나 자신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너그럽고,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도 그렇게 행동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천이 되지 않는 하루였다. 큰 소리 내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목소리와 눈빛에서 쌀쌀한 기색을 치우자. 자애와 미소를 행하자. 방학까지 일주일 정도 남았다. 남은 기간 사랑만 주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그런 다짐을 하며 어제는 9시에 침대에 누웠다. 임신 7개월째인 내가 피곤한 것은 사실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임신 전의 체력이나 수면 양을 기준으로 컨디션을 조절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더라도 저녁 9시쯤부터 아침 6시 20분까지 자다니 놀랍다. 어제의 내가 정말 피곤했는데 내가 몰라준 것 같아 미안하고 안쓰럽다.


 새벽에 몇 번 잠을 깼다. 임신 후에 종종 있는 일이다. 요의가 쉽게 느껴지거나, 쥐가 나거나, 배가 뭉쳐서 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어제는 두려움에 깼다. 꿈에서 배가 딱딱해지더니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토롱이의 존재를 느끼려고 잠결이지만 손을 배에 댔다. 그런 식으로 불안을 느끼며 새벽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명상을 하면서도 몸의 상태보다는 그 안의 토롱이의 상태를 느끼려고 애썼다. 소중한 것이 생기는 일은 역시 불안과 걱정을 함께 얻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안과 걱정은 미리 해서 효용이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현재의 행복과 수행을 저해할 확률이 높다. 토롱이는 건강하다. 아기를 믿고, 행복한 임산부가 되자.




July 13.


병원에 가는 날이다. 그저께 토롱이는 출산예정일까지 D-100을 맞았다. 전날 아침의 불안했던 일기가 무색하게 토롱이는 어제 많이 움직여주었다. 오늘 병원에서도 좋은 결과를 듣기를.


 공기질 측정기를 구입했다. 미세먼지나 습도뿐만 아니라 VOC(휘발성 유해물질)까지 표시된다. 새집증후군이 있으면 VOC가 높게 나온다는데 아무래도 안방의 냄새가 이상해서 주문하게 됐다. 결과는 역시나. 수치가 높다. 4월에 리모델링을 하고, 그 달 말에 이사를 했다. 업자가 리모델링 완공 날짜를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새집 독소를 빼내는 베이크 아웃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베이크 아웃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급한 대로 편백수를 뿌리고 환기를 했다. 다행히 수치가 1 밑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문을 닫으면 금세 2 가까이 올라가고 만다. 그동안 문을 닫고 잤으니 거의 3달간 VOC의 늪에서 잠을 잔 것이나 다름없다. 코가 막히고, 목이 아팠던 게 다 이유가 있었는데 내가 참 무심했다. 이제라도 잘 관리해서 토롱이에게 좋은 공기를 전해줘야지.


 오늘은 6교시. 수업도 흐르는 강물처럼. 인터뷰에 응해주신 동학년 선생님들께 소소하게 타르트도 전해드려야지.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July 14.


어제는 피곤한 날이었다. 할 일도, 신경 쓰이는 일들도 많았다. 이럴 때에는 내가 해낸 일, 해야 할 일을 구분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과 걱정할 일을 분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제 해낸 일

1. 미라클 모닝 루틴: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미라클 모닝 루틴. 이번주는 오늘까지 평일 연속 4일 루틴을 지속했다. 작심 3일이라며 의지의 사그라듦을 경계하는 말이 있지만, 반대로 3일을 넘기고 나니 벌써 이 집에서의 루틴이 편안해진다.

2. 타르트 선물: 생크림 때문에 전달 방법을 고민했다. 막상 아침이 되자 부장님을 만나 수월하게 전달. 괜히 미리 스트레스받았다. 선물로는 생크림은 안된다는 교훈을 얻음.

3. 일기 검사 및 업무: 6교시 수업 중에도 빠르게 일들을 끝냄.

4. 수업 및 아이들: 원만하고 평안한 하루였다. 많이 웃고 조용히 타이름. 만족.

5. 병원 정기 검진: 검사와 채혈을 무사히 마쳤다. 내일 임당 검사 결과만 좋으면 합격. 2:30에 출발해서 4시 도착, 5:30까지 진료. 대기가 길어서 병원에 다녀온 날은 피곤하다.

6. 학부모 상담: 학부모 전화가 왔다. 민원으로 이어질 뻔했으나 추후 해결을 기약하는 것으로 마무리. 요즘 바빠서 놓친 것이 후회스러웠던, 오늘의 가장 스트레스받았던 일.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서 잠들어버렸다. 2시간은 넘게 잤다.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머리가 깨끗해진 기분이다. 정신력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망각한 오만이다. 인간은 원래 잠과 휴식이 필요하다.


오늘 해야 할 일

1. 상담 및 학부모 경과 안내: 일단 상황 파악 후 지속 피해일 경우 관련 교사에게 연락 및 후속 상담

2. oo통신 초안 작성

3. 수업 및 아이들: 수도국체과.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아이들 대하기.

4. 글쓰기: 조금씩 꾸준히


 어제 글쓰기는 쉬어갔다. 충분히 고생한 하루였다. 이미 내가 저지른 실수나 미흡한 점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시일이 지나 복구할 수도, 설명하기도 어려워지기 전에 해결하게 되어 다행이다. 오늘 상담 후 차분히 해결하면 될 일이다. 이보다 더한 학교폭력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고 모두 마침표가 찍어졌다. 미리 걱정하지 말자. 앞선 걱정의 부작용과 무용함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걱정이 될 땐 차라리 잠을 자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야, 참 고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