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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나 Jul 29. 2023

자연스러움 속의 꾸준함. 꾸준함 속의 성장.

[2023.7.24.~7.28.] 미라클 모닝



July 25.


 편집자님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문자를 받았다. 사실 이번 일에 대해 교사가 아닌 분들이 공감을 해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번에도 역시 철밥통 두르고 방학을 누리는 교사들의 배부른 불만으로 치부되지는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진심이 꾹꾹 담긴 편집자님의 메세지를 보며 나야말로 너무 닫힌 마음으로 살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번 책에서 교직을 사랑하는 나의 개인적이고 긍정적인 시각만 담으려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같은 시대적 상황에서 소명의식과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버티라는 말만 한 느낌이랄까. 현 시대를 사는 신규 교사라면 맞닥뜨릴 수 있는 불편한 상황과 교사 노조처럼 문제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응원과 위로로 힘을 받았다. 이 출판사와 계약한 것이 잘 한 일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편집자님과 함께 하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고 멋진 선택이었던 것 같다.



July 26.


  이번주는 이틀을 쉬고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주말까지 끼니 꽤 오랜 날인 듯 느껴진다. 그래도 괜찮다. 방학이 시작되었으니까!

 

 월요일에는 미뤄왔던 친구네 방문을 했다. 4월에 이사했는데 이제야 가본다. 넓은 집에 친구를 닮은 깨끗한 인테리어가 참 예뻤다. 한동안 항암치료까지 받았지만 이제 건강도 괜찮은 듯 보였다. 이기적인 나는 제일 친한 친구를 잃을 것이 두려워 조마조마했었다. 이제 좋은 집에서 좋은 삶을 꾸려가고 있는 친구가 참 예뻐보이고, 고맙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나랑 오래 오래 놀아주면 좋겠다.


 어제는 본격적인 방학을 누린 날이었다. 남편이 같이 쉬는 주말이나 약속이 있는 평일은 방학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 일정 없는 보통 날, 느지막히 일어나 티비를 보고, 책을 읽고, 급식 대신 대충 차린 조용한 점심을 먹을 때 ‘아, 내가 방학을 했구나‘ 싶다. 한참을 꾸무럭거렸는데도 시계를 보면 한낮일 때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시간의 자유를 느끼고 싶어서 사람들은 퇴직을 꿈꾸나보다.


 문득 방학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직업을 지속하지 못했을 것 같다. 감정 이입을 잘 하고, 학교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한 학기가 끝날 때쯤에는 여지 없이 방전된 느낌을 받는다. 방학은 그런 나를 잠시나마 온전히 쉬게 해주고, 학기 중에 쏟아냈던 것들을 채울 수 있게 해준다.


 이번 방학은 유난히 감사하다. 초고를 8월 중순까지 주고, 8월 말에는 조판본까지 컨펌을 받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가 불러오는 배와 달라지는 컨디션을 보니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배가 터질것 같다! 오늘도 큰 일정은 없다. 당분간 약속은 잡지 않고 글쓰기와 심신을 살피는 것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그럴 수 있는 나의 상황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July 27.


벌써 목요일이다. 방학은 왜 이리도 하루 하루가 빨리 가는지. 여유롭게 베이글을 입에 물고 일기를 쓰는 이 아침이 소중하다.


 병원에 가는 날이다. 오전에는 갑상선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고, 오후에는 진료를 보기로 했다. 채혈 생각에 벌써부터 긴장된다. 혈관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은 피를 뽑을 때마다 겁이 날 수 밖에 없다. 빨리 준비하고 가서 후다닥 해치우고 와야 다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July 28.


방학 후 맞는 첫 금요일.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니. 이제 딱 한 달 남은 방학을 뿌듯하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해본다. 이번 주에는 미뤄왔던 친구네 집 방문을 다녀오고, 방학의 여유를 즐기며 글도 살폈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방학 2주차는 더욱 알차게 보내야지.


 참고 서적으로 쓸만한 책들을 상호대차로 요청해두었고, 한 권은 교보문고에서 주문했다. 목적이 있는 독서는 한층 집중이 잘 된다는 것을 요즘 느낀다. 평범한 흙을 기름진 흙으로 바꿔내는 지렁이처럼,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흡수해서 더 좋은 것을 내보내야겠다. 우리 토롱이에게도 좋은 생각과 마음이 스며들었으면.


 안방 베란다를 초록초록하게 꾸밀 예정이다. 물건이 많아지는 것은 경계하는 편이지만 실외기도 가리고, 혀니도 원하는 터라 나도 마음을 먹었다. 일단 그저께 도착한 화분 정리대를 조립해서 설치했고, 집에 있는 화분들이 커서 율마와 오렌지 자스민, 유칼립투스, 오렌지 레몬을 작은 화분으로 주문했다. 토분을 좋아해서 기본 화분을 앙비까사 팔라디오 화분으로 바꾸기로 했다. 초록이들이 숨을 잘 쉬고 파릇하게 살아가길. 깨지지 않고 화분들이 잘 도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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