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나 Aug 14. 2023

숨 쉬듯 행복하기

[2023.8.7.~8.11.] 미라클 모닝



Aug 7.


 이번 주 금요일까지 초고를 보내기로 혼자 마음먹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출산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마음이 급하다. 물론 마음만 급할 뿐 몸은 마음처럼 성실하지 못하지만…


 주말에는 토롱이의 물건들이 많이 생겼다. 우선 성격 급한 부모 덕분에 태어나지도 않은 토롱이에게는 슈퍼싱글 사이즈의 침대가 생겼다. 매트리스도 주문했으니 2주 안에 도착할 예정이다. 유명한 일룸 쿠시노 침대에 엘라비아 S5 매트리스, 거기에 매트메이트 벽매트 조합으로 들였다. 성격은 급한데 고민하는 것은 싫어하는 나라는 엄마.


 당근으로 기저귀 갈이대와 수유 시트도 장만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사실 몇몇 용품들을 제외하고는 육아 용품을 당근으로 구입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원하는 물건이 당근에 없어서 못 샀을 뿐… 그래도 정리해두고 보니 웬만한 물건들이 다 채워졌다. 주변에서 많이들 챙겨준 덕이 크다.


 방에 있던 물건들을 치우고, 침대와 기저귀 갈이대를 배치했다. 주변에서 선물하거나 물려준 아기 용품들이 많아서 뭔지도 모르고 일단 넣어뒀었는데 다시 꺼내 서랍장 안에 차곡차곡 수납했다. 친구가 선물해 준 이름과는 다르게 거대한 타이니 모빌까지 세워두니 정말 아가방이 맞는구나 싶다. 이제 신생아 시기에 쓸 아기 침대만 구입하면 큰 건 얼추 다 준비된 것 같은데…(라는 것은 착각이겠지. 출산 육아 용품에는 끝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초고 완성에 집중해야 생각했는데 일기의 90%는 토롱이 출산 준비 이야기다. 정신 차리자!!!



Aug 9.


 한참 꽃을 피우다가 초록 잎만 내보내던 제라늄이 다시 한번 분홍빛으로 덮이고 있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잎을 가진 식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그렇지 않은 잎이 좀 더 깔끔하고 산뜻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저 개인적인 취향이다. 그래서 막상 이 화분을 받고 썩 내키지 않았으나 꾸준하게 꽃을 피워대는 제라늄은 내 마음을 얻어내고야 말았다. 마치 밀어내도 끝없이 애교를 부리는 못생긴 강아지가 드디어 내 눈에는 귀여워 보이는 것처럼? 사실 내 눈에 강아지는 못생겨 보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이상한 비유라는 생각은 들지만… 뭐 그렇다. 얼마 전에는 마사토를 사다가 거친 흙 위에 살포시 뿌려주었고, 며칠에 한 번씩 시든 잎이나 꽃이 진 자리를 가위로 잘라준다. 조용히 창가에 앉아 가위질을 하고 물을 주노라면 내가 굉장히 여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갑자기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기분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초고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이제야 글을 다 썼다. 마지막 챕터가 완성되지 않은 채로 퇴고를 시작했기 때문에 1차 퇴고는 5 챕터의 완성과 함께 끝난 것이다. 이제야말로 진짜 퇴고를 해야 하는데.. 내 글을 읽는 게 지겹다!! 수학의 정석에서 집합 부분만 주구장창 읽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중간부터 퇴고를 하자니… 가수들이 녹음 전에 한 노래를 몇 천 번 몇 만 번 부른다고 한다. 지겨워도 그래야 자기 것이 되는 거겠지. 나도 내 글을 온전히 완성하려면 지겨워도 읽고 고치고 다시 읽고 또 고쳐야 한다. 거창하고 대단한 책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끄럽지 않게 내 이름을 적어내려면 힘내야 한다. 이번주가 지나가면 방학도 반이 끝난다. 힘내자!



Aug 10.


 태풍이 온다는 아침. 오래간만에 빨리 몸을 일으켜 세웠다. 빗소리가 빨리 듣고 싶어서였을까. 뉴스에서 본 이재민들과 폭우에 대비하기 힘든 이들이 걱정되면서도 빗소리를 마냥 좋아하는 나를 마음 한 켠에서 지울 수가 없다. 그저 듣기 좋은 빗소리를 잠깐 들려주고, 무탈하게 지나가 주기를 바랄 뿐.


 매미 소리가 사그라들었다. 무서울 정도로 사방을 에워싸던 맴맴 소리가 이제는 이 나무, 저 나무에서 간간이 들린다. 마치 남아있는 매미들끼리 ‘너 아직 살아있니?’라고 안부를 묻듯이, 메아리를 울리듯이. 한동안 밤마다 우는 매미, 방충망에 붙어 우는 매미, 길을 지날 때 툭툭 튀어나오는 매미 때문에 제각각 고역이었다. 그런데 몇 주만에 이렇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 줄이야. 그래. 남은 날 원 없이 울다 가길.


 태풍으로 인해 오늘은 집콕예정이다. 일일 목표는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고 고치는 것. 5-4-3-2-1 순서로 읽고 있다. 어제 적었듯 수학의 정석에서 집합만 공부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근데… 졸리네? 한숨 자고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있어야 할 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채워지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