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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Sep 20. 2021

와이낫을 찾아서

14년 전 어린 가슴을 뛰게 한 순간




-1.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돌아보는 글을 써볼까 합니다. 너무 긴 서사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축약되어 있고 겉핥기입니다만, 글을 다 읽으시고 이 팀의 음악 한 곡 들어보게 되는 것까지가 글의 목적입니다.



0. 여러분은 처음 라이브 공연을 관람했던 게 언제이신가요? 저는 2006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고 부천에 거주하던 저는 우연찮은 기회로 시청 앞 광장에서 펼쳐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축하 공연>을 보게 됐습니다. 사실 이 공연은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비가 와서 일수도 있겠습니다만-매우 조촐한 사이즈였습니다. 사실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을 이 공연에 어린 제 발걸음이 멈춘 데에는 지금부터 소개할 밴드의 영향이 컸습니다.




<와이낫을 아시나요?>


1. 그 밴드의 이름은 “와이낫”이었습니다.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없으신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 당시 인디씬이라고 한다면 지금처럼 트렌디한 음악을 제시하는 다양성이 보장된 시장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밴드 음악이 주를 잇는 마이너한 음악 씬의 느낌이 더욱 컸습니다. 크라잉넛을 위시로 한 “조선 펑크”류의 밴드부터 제3세계음악을 하는 밴드들까지 그야말로 라이브를 기반으로 한 밴드의 전성기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죠. 물론 그것이 인디씬을 더욱 마이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 있었던 MBC 사태​도 이유로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여하튼 당시는 힙합을 제외하곤 대중음악을 더욱 많이 섭취하던 저에게 와이낫의 공연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후에 나왔던 밴드가 대중음악만 듣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었는데, 그들의 공연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으니깐요.




<와이낫의 음악>


4. 와이낫은 Funk 음악을 베이스로 한 밴드입니다. 경쾌한 기타 리프와 베이스라인 탄탄한 드럼 위에 리드미컬한 랩과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이들의 음악은 미국의 유명한 펑크 밴드인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닮았습니다. 실제로 그들을 위한 헌정곡 <R.H.C.P>라는 음악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죠.



5. “리듬”이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하는 팀인 와이낫은 라이브 중 전통 리듬악기인 꽹과리를 쓰는 등 리듬을 통한 경쾌함을 큰 무기로 삼습니다. 꽹과리를 사용하는 음악인 <why not>, 리듬 악기들로만 구성된 <리듬은 세상이 되고>, 와이낫스러운 사운드의 정수인 <파랑새><Let’s Rock Now> 등. 그들의 음악에는 리듬이라는 공통분모가 흐릅니다.



6.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와이낫의 라이브는 듣는 재미를 넘어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합니다. 세션들의 탄탄함은 말할 것도 없고 흥겨움이 덤으로 쫓아오는 공연입니다.






<처음으로 시작한 디깅>


7. 와이낫을 시작으로 저는 생전 처음 “디깅(Digging)”을 시작했습니다. 와이낫의 음악을 찾아들었고,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뮤지션들의 음악을 직접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와이낫이 제게는 디깅의 즐거움을 알려준 것이죠.



8. 꼭 음악을 찾아 듣는 것만이 디깅은 아닙니다. 와이낫을 시작으로 저는 음악을 찾아 듣는 것 외에도 공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클럽 공연들부터 대형 페스티벌까지, 초등학교 6학년 와이낫을 처음 접한 이후부터 저는 공연을 찾아다니는 맛을 느끼기 시작한 거죠.






9. 제 삶에서 와이낫은 취향의 태동을 도운 팀입니다. 새로운 밴드들을 소개해주고, 새로운 공연을 알려주고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준 계기입니다. 한창때에는 제 얼굴도 기억해주고, 같이 담소도 나눴는데(당시 저는 미성년이었기 때문에 귀여우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10. 석 장의 정규 앨범과 몇 장의 싱글, 미니앨범을 바탕으로 활동한 이들은 제가 성인이 된 이후 활동을 멈추고 있습니다.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 중인 이들이 언젠간 다시 만나 음악을 하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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