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있을까?
오랜만에 달리는데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기진맥진'
'기진맥진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나온 말이구나'는 생각이 달리는 와중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7월과 8월의 무더위를 핑계 삼아 달리기를 잊고 지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
2바퀴를 돌고 난 뒤부터는 더 이상은 못 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숨은 턱턱 막혔다.
결국 걷기 시작하였다. 마스크가 없었다면 나의 낯빛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깜짝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동공은 힘이 없고 어깨는 축 쳐졌다. 나의 가을맞이 러닝은 지난 여름 잊고 지낸 대가인 것처럼 기진맥진 시작되었다.
달릴 때 웃을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좋은 것은 역시 함께 달리는 것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웃으면서 달릴 수 있다. 서로에 대한 힘찬 격려가 힘을 북돋고, 끝나고 뭐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또 웃음이 난다.
하지만 함께 달릴 때 나오는 미소는 나 스스로의 기쁨보다는 외부의 영향이 더 크다.
당장 혼자 달릴 때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동료와 함께 달릴 때처럼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 지으며 달리지는 않지 않는가? 혼자 달릴 때는 나의 벅찬 숨을, 지친 다리의 고통을 함께 나눌 이들이 없으며 오롯이 나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한다.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질 여유 따위는 없다.
또는 전혀 힘듦이 없이 천천히 달리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는 나를 발전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힘들다는 생각을 가득 싣고 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혼자 달릴 때도 웃으면서 달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냈다.
역설적이게도 미소는 고통이 찾아올 때 함께 들어온다.
처음에는 달리기의 고통으로 조금씩 무너지겠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다가 결국 어느 한 점을 넘으면 그 끝에서는 오히려 미소를 지을 수 있다. 비록 조금은 일그러진 미소일지라도.
고통을 참다못해 나오는 실성인지, 혹은 거친 숨을 내쉬기 위해 입을 벌리다 보니 자연스레 지어지는 미소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 둘 사이의 중간 지점이라고 하면 적당한 설명이 되겠다.
고통을 감추기 위한 미소인 걸까,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방어기제처럼 작동하는 미소인 걸까.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고는 하지만 고통 위에 덧 써진 미소가 조금은 서글프다.
우..웃어요^^
어쨌든 결론은 고통 속에서도 미소는 피어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의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들 깊은 곳에는 다들 강인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혼자라 힘들다 느껴지더라도 조금만 더 가보자. 바로 한 발 앞에 행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