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달리기는 돈 안드는 운동이라 했던가!
달리기에 익숙해지고 또 달리기 모임 등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다 보면 새로운 것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평소 같았으면 더러워져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을 운동화로 골라 신고, 잘 입지 않아서 세탁기에 턱 하고 던져 놓고 탈수를 최강으로 돌려도 부담 없는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나가서 달렸다. 그렇게 얼마간 뛰다가 취미가 러닝이라고 말할 정도가 되면 러닝 이외의 것에도 눈이 간다. 달리기는 달리기로 끝나는게 아니라 달리기 이전, 달리는 중 나의 모습도 중요하다는 새로운 정체성에 눈뜨게 된다. 이걸 뭐라고 하면 좋을까? 러닝 사춘기라고 하면 어울릴려나?
인스타에서 #운동하는남자 #운동하는여자 를 검색해보고, 주변 클럽 모임에서 또래 친구들이 어떤 복장으로 나오는지를 보면서 그들이 입은 것, 걸친 것을 나도 검색해본다.
매 계절마다 나오는 신상 러닝복은 볼 때마다 예쁘고 신발도 매번 새 것이 나온다(나이키 페가수스 시리즈는 2020년 기준 37번 시리즈까지 나왔다. 매년 출시되었다고 한다면 37년 동안 매번 새로운 신발로 우리를 유혹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운동화와 옷이 끝이 아니다. 한 낮에 달리면 눈이 부시니깐 나의 눈을 보호해(주고 색깔도 예쁘고 가벼우며 내 얼굴형에도 어울리고 나름 유명한 브랜드인)주는 고글도 사고 싶고, 양말도 무릎까지 오는 것 부터 종아리 절반정도, 종아리의 3분의1정도 올라오는 것 등 예쁜걸 신고 싶다. 맙소사 지금까지 핸드폰 들고 뛰었는데 알고 보니 러닝 시계도 따로 있단다. 파워젤과 포도당 캔디라는 것도 알게된다. 단백질, BCAA, 아미노산 등등 영양제와 보충제의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아 누가 달리기는 돈 안드는 운동이라 했던가!
그런데, 나도 그랬다. 한창 열심히 달릴때는 챙겨먹어야 더 잘달릴 거라 생각했고, 남들의 눈도 의식하며 계속 새로운 것에 관심을 주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니 그런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학생 때 처음으로 맞춘 동아리 티셔츠는 10년이 훌쩍넘은 지금도 잘 입고 다니고, 신발은 특별한 제품이지 않은 이상 아울렛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왠지 좋다.
솔직히 중요한 건 '나'라는 엔진이다. 내가 잘 달리면 뭘 입어도 멋있어 보인다. 원빈이 거지꼴을 하고 있어도 멋있어 보이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내가 원빈이라는 건 아니니깐 괜한 태클은 부디 접어두길 바란다.
그러니깐 달리기 할 때 복장에 대해서 너무 부담갖지 마시라 이 말씀이다. 그까이꺼 그냥 대충 입고 뛰어도 괜찮다. 일단 밖으로 움직였다는 것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스타 #ulzzang 이 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가능하면 신발은 러닝화로 신고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