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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킹 Dec 03. 2020

모든 위대한 일에는 준비가 있다

달리기 없는 달리기


사소한 일도 준비과정이 있기에
 위대한 결과로 발현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튜브 시청시간이 늘어났고 그렇게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를 넷플릭스의 유명 드라마 중 하나인 <종이의 집>으로 인도했다.  


스페인 드라마지만 여기에 흠뻑 빠지다보니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드라마는 교수라고 불리는 인물을 중심으로 각자 장기가 하나씩은 있는 범죄자들이 모여서 스페인 조폐국을 턴다는 내용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한국은행을 턴다는 보면 되는데, 최동훈 감독의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박신양이 은행을 터는 것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종이의 집>에는 스페인 대표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가면이 나온다 / 출처:Google





이처럼 위대한 업적(?)에는 그만큼 오랜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거액의 보상은 범죄자들도 의기투합하게 하여 지겨울법한 합숙훈련도 견디게 한다. 교수는 반년 가까운 시간동안 범죄 규칙 및 상황에 따른 대응책에 대해 수업을 하고, 사격 연습과 더불어 긴급 상황일때 간단한 수술 정도는 할 수 있도록 동맥과 정맥에 대해서도 공부해둔다. 


그래서 드라마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는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기에 이정도로 하고, 아무튼 조폐국을 턴다는 큰 결심에는 그만큼 철저하고 섬세한 준비가 필요했다. 무엇하나 곧바로 시작되는 것은 없었다.

거기 자네가 발표해보게 / 출처:Google





뭐든지 준비가 필요하다
그것이 범죄든 운동이든 말이다





지난 무릎 수술 이후 더욱 중요했던 것은 재활운동이었다. 재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라!'였다.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수건을 오금사이에 끼워넣고 누르는 운동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종류와 강도를 늘려나갔다. 그러다가도 스쿼트 같은 것을 시도해보려다가 '와 이건 진짜 ㅈ되겠다' 하는 생각이 든적도 몇 번 있었다. 수영장에서 걷기도 많이 걷고 러닝머신 위에서도 열심히 걸었다.

누워 있는 것도 재활의 일종이다. 암튼 그렇다.






하지만 걷기 위해 수행했던 재활운동을 벌써 잊었는지 달리기를 할때면 준비운동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혼자 달리기를 할때 더 그랬으며, 관성처럼 혹은 의무감에 달리기를 하는 날이면 더더욱 그랬다. 


그렇게 달린 날에는 이내 곧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데 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달리는 중에도, 달리기가 끝난 뒤에도 무릎의 불편감이 크게 다가왔다. 무릎 주변에서는 열감이 느껴지고 무의식중에 몸을 보호하려고 자세가 흐트러지니 신체 발란스도 좋지 않았다. 뛰고나면 발목이든 허리든 어딘가가 불편했고 종아리 앞쪽 정강이뼈 근육은 유독 아팠다. 그리고 통증은 오래갔다. 통증 부위에 손을 대기만 해도 아팠다. 


마치 날이 무딘 칼로 고기를 썰 때 주변 고기들까지 찢겨나가는 느낌이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역시 본 운동 전에는 준비운동이 필요했다. 뭐든지 준비가 필요하다. 그것이 범죄든 운동이든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틈틈히 러닝 전 보강운동을 해주고 있다. 러닝에 도움되는 운동들을 통해서 몸의 쓰임을 생각해보고 그만큼 준비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닫고 있다. 준비운동을 통해 몸을 풀어주면 달리기가 가볍고 다른 부위의 통증도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보통 준비운동이라 생각하는 쭉쭉 스트레칭 대신에 몸을 움직이면서 풀어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실행한다면 우리의 달리기는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특히 고관절과 햄스트링을 풀어주는 것을 정말 추천한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구호는 괜히 나온게 아니다. 사람도 무언갈 하기 전에는 닦고 조이고 기름쳐줘야 한다. 사소하지만 모든 일에는 준비과정이 있기에 위대한 결과로 발현될 수 있다. 


다시 또 달리기 위해!






요즘 부쩍 컴퓨터 부팅 속도가 느려졌다. 컴퓨터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터인데 때마침 올해 설날을 기점으로 해서 엉금엉금이다. 컴퓨터를 켠 뒤 최소 10분은 지나야 그나마 정상적인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출퇴근 시스템 때문에라도 컴퓨터가 빨리 부팅이 되어야 하는데 사무실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날이면면 내 마음이 급하다.


이놈의 고물 컴퓨터 왜 안바꿔주냐고 성질내다가도 어쨌든 이 친구도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어느정도 준비운동이 필요할텐데 눈 뜨자마자 인터넷 창을 켜라고 하는 주인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일 것 같다. 성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컴퓨터도 준비 운동이 필수이다. 이제는 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대신 5분 일찍 나오지 뭐:)



#직장인

#에세이

#달리기없는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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