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이야기
육아가 힘들 때마다 늘 불러댔던 엄마
"넌 왜 얼굴이 그 모양이냐. 얼굴이 영 못쓰게 됐구나."
오래간만에 만난 친정어머니가 말씀하신다.
난 섭섭한 마음에 "남들은 오랜만에 보면 다 살 빠졌다 예뻐졌다고 하는데 엄마만 왜 그래"라며 쏘아붙인다.
"네가 살림하랴. 애 셋 보랴 전전긍긍하는 게 안쓰러워 그러지. 힘들면 얘기해라. 내가 애들 봐줄게."
나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엄마에게 여섯 살 네 살 두 살인 세 아이를 맡기고서는 간만의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곤 했다. 아이들을 맡기고 나가서 시장도 보고 영화도 보고 서점도 가고 그렇게 잠시라도 콧바람을 쐬고 나면 다시 한번 힘내서 세아이를 돌볼 수 있는 힘이 나곤 했다.
나는 그렇게 예순이 넘은 엄마를 알뜰히 부려먹었다.
하루는 엄마가 우리 집에 왔다 가신 다음날 큰 이모한테 전화를 받았다.
"너 엄마 허리 다친 거 모르지. 네 엄마 너무 불러대지 마라. 보리차 끓인다고 주전자 들다가 너네 엄마 허리 다쳤다."
나는 그제서야 엄마의 좋지 않았던 안색, 구부정한 허리를 떠올리며 후회를 했었다. 부랴부랴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허리를 조금 삐끗한 것이라며 파스 몇 장 부치면 나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나는 그 후에도 아무런 부담 없이 힘들 때마다 엄마를 불러대곤 했다.
그러던 엄마가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너 얼굴이 못 쓰게 되었구나."라는 말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그 말속에 담긴 사랑이 이제야 마음속에 와 닿는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말을 내게 해 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이 사무치게 슬프다. 엄마 이제 제 걱정하지 마세요. 너무 보고 싶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