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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May 24. 2023

술래잡기

내가 쫓는 행복과 나를 따라오는 불안한 것들에 대하여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무시무시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에 노출되고 또 영향을 받는다. 그곳에서 생기는 적의와 선의 같은 것들이 나를 물들이고, 그것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게 인생의 전부까진 아니어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떨 때에는 한순간의 선택이 나를 불행하게 할 때도 있지만,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뜻하지 않는 행복을 느끼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물론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나의 부모, 내가 태어난 것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외에 것들은 내 생각에 달려 있다. 친구를 사귀는 일, 취미를 갖는 것,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는 공간에 가는 일까지 내 선택이 그날의 기분 혹은 거창하게는 앞으로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나의 선택이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는 것은 각자의 기준이 있기에 나에게 적절한가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일이나 상황을 가볍게 여기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로 인해 중간도 아닌 대체로 실패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물론 아닌 사람들도 많다)


완전한 행복의 모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곳에 가까워지려고 애써야, 노력해야 겨우 한 발자국 내딛을까 말까 하는 불운한 삶 속에 살고 있다.


나는 분명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데 슬로 모션처럼 기어가다시피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면 친구(들)를 만났을 때 매 순간이 행복하지는 않다. 그 찰나의 순간만이 나를 웃게 할 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부터 차단기가 내려간 듯 공허하고 우울한 괴물이 나를 덮치고는 집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평이 좋은 어느 식당에 갔는데 부풀려진 허상일 때도 있고, 요즘 유행하는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했는데 그 또한 맞지 않는 옷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순간,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나를 추격하는 거대한 것이 덮쳐온다. 나를 지나치면서 툭 한 대 때리는 것부터 앞으로 내가 지나갈 곳마다 약 올리듯 덫을 놓고 다닌다. 그렇게 나는 예상치 못하게 많은 덫에 걸리게 되고 회복하는 일은 더뎌서 그동안 내가 쌓아온 좋은 것들을 0으로 만들어버리는 허무함을 만들어낸다. 혹은 그 이하가 될 수도 있다.


선의는 들인 노력에 비해 얕게 퍼지는 것만 같고 적의 따위는 스쳐만 가도 크게 느껴진다. 그렇게 내가 쫓는 것과 나를 쫓는 것을 두고 술래잡기하듯 혹은 멈추지 않는 회전목마처럼 잘도 돌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술래 혹은 도망자의 삶을 살기를 택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끊임없이 내달리고 내가 바라는 지점에 닿기 위해 손을 뻗어야 한다. 우리는 삶이 아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쫓기지 않고 희망이 보이는 술래가 되기를, 우리가 탄 회전목마 앞에는 불빛이 반짝이는 예쁜 것들만 가득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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