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누구나 옳다고 생각한 것, 나도 옳다고 생각했고 그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줄 알았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고집된 성향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절망적이다.
02
나는 A라는 사람에겐 어떤 사람이며 B라는 사람에겐 어떤 사람일까. 완전히 똑같을 순 없지만 너무 다른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애써 꾸며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03
안개에 가려져도 보일 건 보이니 변명하지 않기로 해.
04
또 엄청난 거짓말을 했다. 내 얘기하는 게 철없어 보이고 괜한 어린아이 투정 같아 보여서 부끄럽다. 이런 거짓말쯤은 이제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내가 이상하다.
05
앞사람이 천천히 걸어가면 속도를 맞춰 천천히 걷는 법은 알았으나 같은 자리에서 걸을 때 손을 잡는 방법은 잊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앞서나갈 수 있게 되더라도 그러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