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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Sep 07. 2023

2023년 9월 7일의 일기


8월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기대어 9월을 맞이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나라는 존재가 텅 비어 있는 무언가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밤늦게 집에 들어서면 어디서 온 지도 모르게 밀려온 괜한 우울감에 휩싸였고, 어떤 날은 그 우울을 느낄 새도 없이 잠이 들었던 적도 많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번아웃이 오는구나를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일을 하면서도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친구들과 애써 연락이라도 주고받으면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회사에서 조금 더 재밌게 지내면 기분이 나아질까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늘 외로웠다. 어떤 날은 이런 상황에 놓인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짜증 섞인 눈물도 흘렸다.


오늘도 야근하며 이 일기를 쓰고 있는 내가 너무 어이없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일만 하는 별일 없는 일상이 무탈하게, 잘 살아내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이 행복하거나 또 불행하거나, 특별한 날이 될 순 없으니까. 오늘은 그저 그런 날 중에 하나일 뿐, 내일이 또 그런 날이 되더라도 오늘의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

어쩌면 나에게도 '그럴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가득 찬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찰나의 순간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지 조금 기대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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