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서 Mar 21. 2024

경주마로 살아남기


 민하는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친구이자 내 동생이다. 나는 그런 민하에게 가끔 조금의… (많이?) 걱정거리가 되곤 한다. 바로 나의 편향적인 운동신경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운동신경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서 예측이 안 된다는 뜻이다. 달리기는 반에서 1등이었지만, 줄넘기하다가 허리를 삐끗했고. 다리 찢기를 잘했지만, 틈만 나면 발목을 접질렸다. 민하에게 나는 예측 불가, 이리 콩 저리 콩 부딪치는 탁구공이었다. 어릴 적부터 이런 나를 봐왔던 그녀는 돌발상황에 꽤 침착하다.

 자전거를 타러 나갔을 때의 일이다. 민하는 길치인 나를 대신해 앞장서 달려 나갔다. 봄 내음이 가득한 거리에 맞는 노래를 들으며 자전거를 탔다. ‘봄바람 휘날리며~’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지나) ‘흩날리는 벚꽃 잎이~’ (사거리 건널목에 도착해 건너려는 순간) ‘울려 퍼질 이 거-’. 꽈당! ‘아악-!’.

 … 울려 퍼진 건 벚꽃 잎이 아니라 내 비명이었다.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 사이에 벌어진 틈새로, 앞 자전거 바퀴가 박히면서 공중 부양을 해버린 것이다. 아아, 나는 지금 아프지 않다. 너무 쪽팔린다. 내 쪽에서 건너가는 사람보다, 반대편에서 건너오는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아…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털고 일어나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넘어진 사이, 파란불은 빨간불로 바뀌어 있고 민하는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자, 민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물었고, 나는 그저 손을 흔들었다. 반대편에 어딘가 꼬질꼬질해진 채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웃었다. 빨간불이 다시 파란불이 될 때까지.


 그 뒤로, 자전거를 탈 때는 내가 무조건 앞장선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허허. 게다가 나는 직진 본능이 충실한 편이라, 자전거를 타면서 뒤를 보는 순간 핸들도 같이 돌리기 때문에 개울에 나자빠질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린다.

 잠깐! 어쩌면 나의 이 직진 본능은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경주마가 앞만 보고 달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달리면서 옆을 보고 뒤를 보는 방법을 배우질 못했으니 말이다. 나도 그렇다. 세상은 내게 달리는 방법을 알려줬으나,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달리면서 좌우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는 건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냥 멈춰야겠다. 경주에서 이기겠다고 달리면서 여기저기 살피다가 꼬꾸라지지 말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멈추자. 멈춰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모른다고 이야기도 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러면, 도움을 받고 다시 달릴 힘을 가지게 될 테니까. 이제는 자전거를 타다 돌아보기 위해 멈춘다. 그리고 민하를 쳐다본다. 열심히 달려온 민하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줄 거다. 그 따스함에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고, 우리는 다시 달리겠지. 함께!


히이이이잉~(말소리)

작가의 이전글 개소리의 미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