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에서 앞으로 MZ세대는 뽑지 않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일 조금 못해도 되니, 40~50대 경력 단절사원 뽑는 게 속 편하고 좋다고 전했습니다. MZ세대를 뽑지 않으니 마음도 편하고 회사 분위기도 좋아져서 한결 편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하. 대한민국에서 MZ세대로 살아가는 건 무지 눈치 보이는 일이다. 그저… 아빠의 몸속 세포였다가 21세기에 태어났을 뿐인데! 크다 보니, 이런 사회에 진입했을 뿐인데! 요즘 MZ세대와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재미도 있지만, 어딘가 씁쓸하고 울적해진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닌데. 한 업체에서 아르바이트생이 하루만 일하고, 다음날부터 나오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댓글에는 당연하게도 ‘하여간 요즘 엠지 새끼들은 싸가지가 없다’라고 적혀있다. 하하하. 아르바이트하지도 않은 나까지 한데 묶여 욕을 먹고 있다. 여러분! 그건 그냥 ‘그 사람’이 싸가지가 없는 겁니다! 우리도 그런 사람보고 싸가지 없다고 말해요! 라고… 간절히 외치고 싶었다. 따흑.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엠지’라는 용어 안에 갇혀 살고 있다. 일을 잘하면 요즘 애들과 달리 ‘의외’라는 반응이고, 조금만 실수하면 저럴 줄 알았다는 ‘판단’이 내려진다. 아니 누구나 실수도 하고 잘할 수도 있는 게 아니던가. 그들의 눈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순간, 우리는 ‘범죄자’다. 철창 밖을 나오면 ‘싸가지 없는’ 죄수가 되는 거고, 철창 안에 있으면 ‘보통’의 죄수가 되는 거다. 이러나저러나 우리가 죄수임은 틀림없다.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어차피 똑같은 죄수일 거 그냥 또라이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하건 똑같이 먹을 욕, 자유라도 누리고 먹는 게 낫지 않나 싶은 반발심인 거다. 그런 생각도 잠시, 나는 이 작은 철창을 마주하고 그 문을 열 용기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우리는 노동자고 그들은 자본가니까.
‘기본적 귀인의 오류’라는 개념이 있다.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성향, 성격 등에서 원인을 찾지만, 자기 행동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원인으로 두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거대한 귀인의 오류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MZ세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때면, 세대 자체의 성향과 성격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한다. 반면, 자신들의 행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득이하게 갖춰진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무지막지한 산업 발달을 이끈 이들이라는 것을. 하지만 시대가 다름은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입맛대로 다루지 못한 이들을 세대로 묶어 공격하고 있다. 이건 시대의 갈등이 분명한데도. MZ세대를 뽑지 않는 것이 ‘해결책’이라고라? 편하고 쉬운 길을 택한 건 아니고? 그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갈등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인을 의심하는 집단에서 오래 머물 수 없다. 초등학교 때 짝꿍의 옆에 앉아있단 이유로 지우개를 훔친 범인이 되었다고 생각해 봐라. 분명 억울해 죽을 것 같다고 말했겠지. 지금 우리가 그렇다. 억울해 죽을 것 같다. 나는 지우개를 훔치지도 않았는데, 진짜 범인은 따로 있는데. 유럽에 있는 그 장 발장은 빵이라도 훔쳤지. 우씨, 나는 빵도 안 훔쳤는데 감옥살이 중이다. 머리가 좋으면 몸이 편하다고 했는데, 다들 머리가 나빠서 몸이 불편하신 것 같다. 흑. 이 시대의 갈등을 MZ세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진짜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
잠깐. 뭐라?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여기저기 MZ세대가 문제라는 속보가 끊이질 않는다. 으휴. 여보세요! 그 사람의 문제도 아니고 MZ세대의 문제라고요? 저거 저거 자기 편해지려고. 저기요!
속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