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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ana Jul 10. 2023

마음

 ADHD라고 해서 생각이 없고,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요즘 나는 ADHD에 관한 전문 서적을 읽고 있다. ADHD와 관련한 연구자들이 보는 학술서적인 듯한데 추천받아서 읽어보고 있다. 조금은 오래된 책이지만, ADHD의 현황이나 경과, 약물적비약물적인 치료 등에 대해 객관적인 연구를 토대로 쓰여 있어서 예후에 관한 헛된 희망이나 위안을 주는 미사여구적 표현이 없어 오히려 좋았다. 나와 우리 아이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되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나에게 와닿았던 부분은 ADHD의 동반질환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가 항상 염려에 두었던 문제였는데 책에는 연구한 통계 그대로 적혀있으니 대충 읽어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이와의 실랑이에서 참다 참다 욱하고 내지르는 나의 감정들이 열 번 잘해놓고도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 자책하고 반성하고를 반복해 왔다. 


 ADHD라는 질환 때문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막상 내 한계치를 넘어서면 포용력 있는 엄마가 되지 못하는 나를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좋은 엄마가 못 된 것 같아 슬퍼지기도 한다.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


 대학 때 심리학을 부전공하면서 ADHD라는 질환이 있다는 것을 20년 전에 이미 배워 알고 있었고, 그 덕인지 뭔지 우리 아이에 대해서도 꽤나 빨리 캐치를 해서 병원에 데려갔다고 생각했다. 아동 관련 기관에서 일한 경험으로 다양한 아이들을 봐서 아동 발달에 대해서도 이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참 어려웠다. 잘 키울 자신이 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으니 양육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책에 ADHD 아동과 엄마의 상호작용 과정에 어려움이 있고, 양육스트레스와 부모로서의 자신감이 저하된다고 기술된 부분에서는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 들어오는 남편조차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나보다 적었기 때문에 내가 감당하고 있는 문제들을 100% 이해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 서적을 읽으면서 많이 도움을 받았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았다. 내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가감 없이 나와있어 앞으로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책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동반질환에 관해서였다. 특히 반항장애, 품행장애,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이 눈에 띄었는데 공통점이 모두 마음의 문제였다. 동반질환의 원인은 대체로 주변에서 좋은 감정적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ADHD의 외현화된 일차적인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내재화되는 감정적인 부분을 놓치기 쉬워 보였다.


 과잉행동, 부주의, 집중력부족 등에만 초점을 맞추어 지적하고 문제를 삼다 보면 ADHD 장애를 가진 아이도 자신감, 자존감이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아이는 정서적,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반항장애나 품행장애, 불안 및 우울장애 같은 동발질환을 갖게 될 수 있다. 


 다양한 동반질환이 있었지만 그중 이 이차적인 장애들은 현재 이 시점에서 내가 아이에게 가장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볼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정신과적인 불안과 공포증, 인격 등으로 파생되는 장애는 사전에 예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아이에 대한 기대를 놓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며 욕심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더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의 한 발자국 앞보다는 두 발자국 세발자국 앞에서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게 나와 아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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