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차라면 되도록 빨리
스타벅스 커피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쓰고 보니 글을 시작할 때 '~를 좋아하지 않는다. ~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로 시작하는 것 같아서 민망하네.)
내 기준에 스타벅스는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곳이 아니라 '공간'을 사용하러 오는 곳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스타벅스를 찾지 않을까.
애써 개인카페에 가려고 한다.
약간의 반자본주의 성향을 가진 나는 대기업에게 돈이 쏠리는 현상이 불편하다.
소수의 자본가들은 부를 축적하고 다수의 사람들은 근로자가 되는 흐름에 반대하고 싶은 생각이다.
카페 얘기하면서 내 가치관을 얘기하는 게 좀 머쓱하기도 하지만, 나의 소비 기준은 대부분 위와 같은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커피를 만드는 곳이 좀 더 '카페'라는 단어에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뭐든 완벽하게 하기란 쉽지 않다.
가치관을 오래 '지향'하며 점차 거기에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삼을 뿐이다.
그래서 스타벅스에는 가끔 '일 보러'간다.
2022년 2월부터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경상도 쪽으로 출장 다닐 일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KTX를 이용할 일이 많아지면서, 서울역에 자주 가게됐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한참 오후 시간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좀 없었다.
코로나가 한참일 때라 마스크를 벗기가 꺼려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은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쓰기 위해 다시 왔다.
출근시간을 피해서 8시 즈음에 도착한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창가 자리에 앉아서 출장 준비도 하고 글도 썼다.
호주에 간 내 베프와 쓰고 있는 교환일기도 쓰고, 브런치에 올릴 글도 좀 다듬고...
기분이 꽤 좋았다.
통창으로는 보이는 서울역 앞 풍경은 복잡하지만 묘하게 이국적이다.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기다리는 택시들, 화려한 아웃렛, 그리고 노숙자들까지...
다른 지점에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얽혀 있는 이 공간은 묘하다.
나도 저 사람들 중 어떤 한 사람일 테지만, 이곳에서는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듯하다.
명상할 때 나를 마치 다른 사람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의 어떤 한 사람인 것처럼 보는 연습을 했었는데 여기서는 그게 된다.
카페 음악은 약간의 바이브가 있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내가 카페를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중에 음악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 기준에 스타벅스의 플레이리스트도 공장에서 찍어 나온 듯 큰 특색은 없지만
카페에서 요란하고 정신없는 한국가요를 틀 바에는 스타벅스 정도의 음악이라도 틀어주면 좋겠다.
(혹시, 카페에서 요란한 음악을 트는 사장님의 속마음은 손님들이 오래 있지 않았으면 하는 것인가?)
출장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출장 가기 전에는 설렘, 걱정과 불안한 기분이 동시에 든다.
이건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여행을 좋아해도 낯선 곳에 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약간의 불안과 긴장을 가지고 오는 것 같다.
걱정과 불안은 항상 나와 함께 있는 것이므로 설레는 일을 좀 더 만들면 나머지는 참을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예전에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도 그런 말을 했었다. 단점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게 더 유리하다고.)
그래서 서울역에서 아침에 기차 탈 일이 있으면, 탑승 한 시간 이상 전에 이곳에 온다.
그 공간을 생각하면, 그 공간에 있게 될 나를 생각하면, 거기서 그 공간에서 내가 어떤 것들을 할지 생각하면 약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