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 프레드릭 Feb 28. 2023

[양산] 번버리

의외의 장소엔 의외의 발견이 있다.

출장지에서의 중요한 의식. 동네 카페를 찾는 것이다.


이 날은 유독 카페를 정하기가 어려웠다.

시간 상, 일정 상, 너무 외곽으로 가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너무 시내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차로 이동하니, 주차공간이 넉넉했으면 하고 너무 복작복작하지 않았으면 했다.


네이버 지도를 띄워놓고 주변 카페의 분위기를 살피다가 괜찮아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유럽의 어느 골목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이 드는 카페였다.

하지만 카페라떼 5,000원... 가격이 좀 비싸다. 

동네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높은 가격에 좀 망설여졌다.


카페라떼 가격의 마지노선은 5,000원이다. 

물가가 오른 걸 감안해도 동네카페에서 5,000원을 내고 커피를 마시기는 쉽지 않다. 

다른 곳들을 기웃기웃했지만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봤자 몇백 원 차이인데 돈 좀 더 주고라도 맘에 드는 곳을 가자는 생각으로 이곳으로 왔다.


가는 길이 좀 생뚱맞았다. 

주변 아파트들과 거리도 좀 떨어져 물류창고들이 간간히 있는, 약간은 휑한 느낌이 드는 곳에 카페가 덩그러니 있었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나 하며 두리번거리니 거기에 카페가 있었다.


평일 낮이라 손님은 나 혼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대리석 바와 높은 층고 때문에 편안한 느낌이 든다.

사람이 많아도 시끄러울 것 같지 않은 느낌. 

자연스레 목소리를 낮춰 조근조근 하게 얘기하게 될 것 만 같은 차분한 분위기다.

요란하지 않게 적당히 바이브 있는 음악이 공간을 부드럽게 채우고 있다.

대리석 바가 멋스럽다.


라떼 맛도 나쁘지 않았다.

마시자마자 우와! 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맛을 쌓아가는 느낌이 드는 라떼였다.

커피도 공간처럼 튀지 않고 차분한 느낌.


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곳들'의 첫 번째 글을 작성했다.

카페라는 공간은 참 신기하다. 내가 뭔가를 하게 한다. 

나와 궁합이 맞는 카페에 가면 나는 생각만 하던 일을 실행하게 된다.

글을 쓰게 되고 미뤄뒀던 일 처리를 하게 된다.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얘기를 상대의 눈을 마주치며 하게 되고,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옛날부터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 앉아 정치, 사회, 문학에 대해 얘기를 나눴나 보다.

5,000원의 가치가 충분히 있고도 남는 곳이었다.


조금 외진 곳에 있는 카페지만, 시내에서는 이런 카페를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원하는 공간의 분위기와 느낌을 만들기 위해 접근성은 조금 양보하지 않았을까.

공간이 좋으면 사람들은 어떻게는 오는 법이니깐. 나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양산] 커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