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헤어졌어도...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과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아프고 슬프고 아련한데 또 그러면서 따뜻했어요.
‘헤어짐’을 이토록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표현하다니...
저렇게 천진난만한 얼굴들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아리다니...
이 영화에서 ‘로봇’은 연인 또는 친구, 반려동물 등 한 때 나에게 소중한 것이었으나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대상 모두를 대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외로웠던 도그의 삶에 찾아온 로봇. 빛나는 순간들을 함께 보낸 두 존재는 너와 나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 후 도그와 로봇은 서로가 부재한 시간을 견디면서 각자의 기억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만날 것으로 확신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확신은 로봇의 몸이 부서짐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거짓말처럼 둘은 재회하게 되지만 이미 둘에게는 새로운 인연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얘기하면 강력한 스포가 될 것 같으니 참도록 할게요.
떠나간 것은 떠나보낼 줄 아는 마음, 그리고 현재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을 지키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하는 행동이 참 멋졌어요. Earth, wind, and fire의 September는 치트키처럼 너무 이 영화와 찰떡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노래를 어디선가에서 듣는다면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겠죠. 하지만 그것은 ‘추억’으로서의 아름다움 일 겁니다.
이 영화는 살면서 반복되어 온 만남과 헤어짐을 슬픈 것이라기보다는 지금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그리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내 의지가 아니었을지라도, 헤어짐 이후의 삶도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그 후 새롭게 맺은 인연들도 과거의 인연 못지않게 중요하다고요.
단순히 강아지와 로봇의 우정? 같은 건가...라고 생각하며 영화관에 갔다가 큰 충격과 감동을 받고 돌아왔어요. 후반부터 곳곳에서 훌쩍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리던데... 다들 어떤 인연들을 생각했던 것일까요? 만남과 헤어짐에 관련된 영화라는 점에서 최근 봤던 ‘패스트 라이브즈’도 생각났어요.
과거의 만남, 추억, 사랑, 우정은 그것대로 반짝이고, 그것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인연들도 있는 거겠죠.
지금 내가 맺고 있는 인연들도 언젠가 과거형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때는 또 지금을 추억하게 될 것 같고요.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기에 지금 내 옆에 있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에게 다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나도 웃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