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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집가 K Apr 08. 2024

'정상 가정'에서 자라야 행복한 거 아니었나요?

행복과 성공의 핵심 요소, '정상 가정'을 찾아가는 여정

분명히 한때 나는 이 나라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의 표준을 비판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평범한 대한민국 대학생이었다. 


사실 표준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 정부에서 제시하는 표준계약서 양식처럼, 이것은 그저 지침서일 뿐, 아무런 강제력이 없다는 듯이 들리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이 나라에는 행복한 삶을 정의하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가혹한 기준이 있다. 심지어 그것이 행복한 삶인지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인지 구분조차 잘 하지 않지만 그런 사소한 것은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이 나라에 몇 안 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내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한 삶>이 한 두가지 어려운 목표를 갖추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모든 방면에서 평균 이상의 성과를 달성해야 남들이 인정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 떄문이다. 본인 스스로의 인정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 어려우므로 논외로 한다.


앞으로 나는 행복한 삶의 수많은 기준을 생각나는대로 거침없이 쏟아내 볼 건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정상 가정'이다. 

내 생각에, 이 사회의 정상 가정은 다음과 같은 여과 과정을 통해 추출된다.

1) 성장 과정에서 사치스런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딱히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도록 부모의 경제력이 있었는지

2) 한 사람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불화를 참아내고 자식이 결혼할 때까지는 적어도 결혼 생활을 유지했는지

3) 가족 중에 큰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없어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크지는 않았는지


이러한 기준이 정말 존재하는지, 실재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가정을 내집단으로 끌고 오려는 시도를 해 보면 된다. 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을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부모님도 찬반이 갈릴 수 있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의견도 찬반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정상 가정의 기준이,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더라도 선명히 존재함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반응이 절대적으로 나쁘고 속물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나는 이런 기준의 존재에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나는 적극적인 추종자였다. 이 사회가 추구하는 성공적인 삶을 갈망했기 때문이고, 노력해서 그 조건들을 충족시키면 충족시킬 수록 사회가 주는 꿀이 달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아 보면, 사회가 '기준'을 충족시킬 때마다 주는 이득 때문에 나는 이 기준 자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를 박탈당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은근히 이런 기준에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들마저 '살아보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라며 표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었으니 다수가 그렇다고 하는 말을 고개 끄덕이며 따랐던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표준에 대한 숨막히는 집착 속에서 침묵해야 했던 '비정상 가정'의 행복은 실재하지 않는, 허상의 자기 위안인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실은 나..." 하면서 고백할 수 있었던 우리 가족의 비정상성은 왜 그토록 오래 침묵을 강요받았는가. 


나는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표준에 대한 집착이 사회의 가치로 자리 잡도록 방치한 기성 세대를 비판하고, 그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따름으로써 더욱 불행한 세대를 양산해낼 우리 세대의 과오가 너무 크다고 느낀다. 과거의 사람들이 후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조국의 독립을 외쳤고, 힘을 거슬러 민주화를 외쳤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생각의 거대한 변혁을 '시대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는 만약 내 세대의 시대 정신이 있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를 고민해본 바 있다. 내가 내 온 생을 사회나 나라를 위해 바칠 애정은 없지만 그래도 성인으로서 이 사회와 미래 세대를 위해 조금씩 노력한다면, 그 방향을 어디를 향하는 것이 맞는가.


나는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고, 사회 표준의 모순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나는 필요하면 누구든 인터뷰할 것이고, 내가 발견한 것이 내게 너무나 불편해도 진실을 공유하려고 할 것이며, 그 진실과는 별개로 자유롭게 내 의견을 표현할 것이다.


첫번째 시리즈인 '정상 가정'은 우리 주변의 수 많은 불행한 정상 가정과 행복한 비정상 가정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개개인의 행복에 정상 가정임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되짚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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