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희 Mar 04. 2024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심혈을 기울여 써낸 글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글 쓰는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일 것  같다. 상대방의 평가에 대해 반박하거나, 엄청나게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별 반응 보이지 않고 무시해 버리거나. 내가 만일 이런 경우를 만난다면 처음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글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사적일 뿐이라고 무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기분은 내내 언짢을 것 같다.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독자의 반응에 상관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이나 우정이나 인간관계나 성이나 일 등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섞어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 내라”라고 한다. 글을 쓰면서 독자들의 반응보다 우선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스티븐 킹은 소설가다. 그가 쓴 50여 편의 소설은 대부분 출판되기가 무섭게 수천만 부씩 팔려나갔다. 쓰는 작품마다 인기를 얻은 그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창작론에 대해서 말한다.


그는 글쓰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어휘력, 문법, 문체의 요소를 익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고 한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기, 명사와 동사를 기본구조로 쓰기, 동사의 경우 수동태를 피하고 능동태로 쓰기, 주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속 후련하게 쓰기, 부사 사용 자제하기, 문단 잘 이용하기 등등. 글쓰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외에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글쓰기를 위한 마법 같은 비결은 어디에도 없기에 자신이 쓰고자 하는 장르의 책을 많이 읽고 써보라는 것이다.


독특한 점은 문단에 대한 그의 주장이다. 문단을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맺을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 소설창작은 어떤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믿는 그는 무엇보다 전체적인 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단 외에도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부분은 플롯이다. 그는 미리 플롯을 짜지 않고 소설을 쓴다고 한다. 세밀한 짜임에 의해서 글을 쓰다 보면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라며. 쓰기 전에 이야기를 이루는 요소들을 자세히 구상하며 유기적으로 배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작가들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플롯을 짜지 않고 완성한 초고를 6주 정도 묵힌 다음,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 플롯이나 등장인물의 성격에서 발견된 허점들을 고쳐나간다고 한다. 결국, 스티븐 킹도 순서만 바꿀 뿐 플롯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퇴고의 과정에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이런 것이다. 메시지나 교훈보다 독자들이 읽고 난 후에 그들의 정신 속에 잔잔한 ‘울림’이 있도록 하는 것. 즉  플롯을 통한 메시지 전달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스티븐 킹은 창작론의 말미에서 '돈 때문에 일하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소설을 써서 꽤 많은 돈을 번 것은 사실이지만 글 쓰는 동기는 ‘순수한 즐거움’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스티븐 킹의 글 쓰는 동기처럼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언제까지나 지칠 줄 모르고 써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1176)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