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름 있는 작가들이 말하는 바는 문학적 재능, 성실성, 풍부한 어휘력, 독서, 끈기, 창의력, 작가 의식 등등이다.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로 치열하게 살아온 김형수 작가는 말한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제반의 실천적 확립과 노력에 앞서 ‘가치관’을 얻어야 한다고.
그는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에서 작가가 되기 전에 가져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서 안내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문학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헌사와 같다.
김형수 작가가 말하는 작가의 기본 소양은 ‘가치관의 정립’이다. 그는 작가라면 모름지기 문학적, 창작적, 작가적 가치관을 확립한 후에 온몸으로 글 쓰는 일을 밀고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선 고독을 이기는 의지가 필요한데 문학적인 고독은 혼자서 이겨내기보다 창작 에너지가 증폭되는 관계망을 형성하면 좋다고 했다.
이 책은 김형수 작가가 대학 일대에서 15년 넘게 강의하면서 얻은 문학관에 대한 이론들을 기록했다. 이론과 아울러 쓰는 일과 사는 일이 어떻게 닮았는지, 창작에 필요한 지식과 가치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 문학은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고 보다 영원한 가치를 꿈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5.18 현장에서 우연히 광주 시위대의 일부가 되면서 자기 공동체의 미래와 한 몸이 되는 것이 문학이고, 그것이 작가가 존재하는 이유임을 깨달았다.
이후로 상식과 진실이 일치되지 않을 때 글 쓰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참다운 지식인은 정치 밖에 서 있을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그는 결국, 운동권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계몽적 가치에 사로잡혀 아홉 권 정도의 책을 출간했다.
40대를 맞이하면서는 어떤 가치를 절대화하고 신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작가는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무엇에 이름을 부여하는 자라는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작가 의식과 문학에 대한 가치관을 갖게 된 그는 후배 작가들에게 말한다. 문학은 삶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고, 창조 활동이기 때문에 현실을 모사하지 말고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용해서 글을 쓰라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쓰는 다작의 주술에서도 빠져나오라고 말한다. 시 백 편을 쓰면 그중에 다섯 편쯤은 명시가 나오겠거니 생각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기에 오히려 정반대로 단 한 편의 작품도 명작이 아니면 탈고시키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라는 것이다.
작가는 혼자서 열심히 독서하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따라 배우고 흉내 내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주목받으려는 조급함을 이겨내라고 한다. 관중의식에 빠지게 되면 많이 팔리는 길, 독자의 눈에 먼저 띄는 것을 밝히게 되므로 문학다운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학 원론에서 시작하여 시론, 소설론, 운율론, 문체론, 순수이론, 문학사, 비평도 공부하라고 한다. 세계를 읽을 줄 알아야 하고 통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표현역량을 갖추어야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문학은 인간 문제를 다룬다. 김형수 작가가 그렸던 문학적 이상과 발자취는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이 어우러져 예술이 되었다. 삶이 예술이 되는 시간은 결국, 작가가 표현한 모든 언어가 숭고해 보일 만큼 설득력 있는 삶을 살아낼 때 경험할 수 있다. 김형수 작가의 삶과 문학에 대한 가치관이 들어있는 이 책은 글 쓰는 이들에게 수준 높은 '작가 수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