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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Jun 25. 2024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주변에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이웃이 많다. 나도 육십이 넘으면서부터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쓰는 글이 좋다는 확신은 없지만 말이다. 꽤 유명해진 작가 중에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 없었던 사람이, 글 쓰는 방법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게 된 사람이 있다. 언론을 통해 날카로운 논리로 상대방의 허점을 들추어내면서 논쟁 잘하기로 소문난 유시민 작가다.


 그는 글쓰기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글쓰기에 익숙해지라”라고 말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방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자동차 운전처럼 몸으로 익히고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유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시문이 명징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논리적 글쓰기 일반론으로 서두에 논증의 미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논증은 이성적 사유 능력에 기대어 소통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논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보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게 생각하라고 한다, 토론하는 일, 논쟁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내가 유시민 작가의 말과 글에 고개를 자주 끄덕이는 이유는 그가 청중과 독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논리적인 글쓰기 규칙은 1)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하기, 2)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기, 3)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하기다. 작가는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유시민 작가는 글을 문학적인 글쓰기와 논리적인 글쓰기로 나누었다. 시, 소설, 희곡은 문학 글로 무언가를 지어내는 상상력,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감수성을 타고나야 잘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에세이, 평론, 보고서, 칼럼, 보도자료, 운동경기 관전평, 신제품 사용 후기, 맛집 순례기 같은 글은 논리 글로 문학적인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고 한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재능을 탓하지만 시나 소설이라면 몰라도 생활 글쓰기나 논리 글쓰기는 재능 탓이 아니라 노력 탓이라는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작가가 추천하는 방법은 텍스트 발췌와 요약이다. 발췌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것이고 요약은 핵심을 추리는 작업이다. 그는 요약 잘하는 것 하나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알렉산드로 솔제니친이라는 작가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소설 전체를 두 문단으로 요약했다고 한다. 텍스트 요약은 단순한 압축 기술이 아니라 요약하는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반영하여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글쓰기 연습이 된다고 한다.


 글의 분량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잘 쓰기가 어렵다고 한다. 똑같은 정보와 논리를 담는다면 2,000자보다는 1,000자로 쓰는 것을 권유한다. 짧은 글은 읽는 데 시간이 덜 드는 만큼 경제적 효율성이 높고 압축을 하려면 군더더기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글의 예술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오신나 에세이 클럽의 작가들이 지금 함께 쓰고 있는 ‘나를 홀린 작법서’도 발췌와 요약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텍스트를 자기만의 소망과 의지와 태도에 따라 요약하면서 좀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글쓰기도 노래와 다르지 않다.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많은 지식과 멋진 어휘, 화려한 문장을 자랑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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