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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용진 Jun 20. 2024

부산역 삼진어묵, 대전역 성심당

대전역 성심당 임대료 사건은 충격적이다. 지역 기업에 부과하는 액수도 놀랍지만 그 뒤에 깔린 태도는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을 살리자며 떠드는 공공기관들이 얼마나 허풍스러운지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를 좀 더 꼼꼼히 따지고 대책을 세우려면 발품을 팔 필요가 있다.      


2017년 부산지역 기업인 삼진어묵이 부산역에서 철수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를 두고 부산의 언론들은 ‘눈물의 철수’라고 불렀다. 입점 이래 2년 8개월 동안 삼진어묵은 코레일 유통에 100억 원이 넘는 자릿세를 냈다. 그럼에도 코레일 유통은 임대료 인상을 요청했다. 삼진어묵은 그에 응하지 못했다.      

삼진어묵을 부산역에서 철수해 지금은 부산 역사 옆의 한 건물에 입주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삼진어묵이 철수한 자리엔 타 지역 기업이 동일한 상품인 어묵을 팔고 있다. 코레일 유통은 임대료를 더 올려 받았고, 삼진어묵은 떠났으며, 서울 자본의 새 어묵 장사는 성업을 이루고 있다.       


부산역에서 벌어진 자리 바꿈을 두고 국회의 국정감사 자리에서 강한 질타가 있었다. 공기업인 코레일 유통이 갑질을 했다는 지적이었다.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부산 지역 중소기업이 부산역에서 떠나는 일이 있어서 되겠냐고 따졌다.      


사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월 3억의 임대료를 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심지어 입점 기업이 적자를 보더라도 일정 임대료는 내야 한다는 최저 수수료 보장 조항까지 계약에 담겨 있었음에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향토 기업은 물러나고 타 지역의 자본이 부산역사의 노른자위를 차지했으며 실망하고, 분노를 드러냈다.       


부산역의 삼진어묵 사건도 시간이 감에 따라 점차 잊혀 갔다. 삼진어묵이 여전히 부산역 옆에서 그런대로 잘 영업을 하고 있으며, 새로 들어선 어묵 가게도 장사를 잘하고 있어 아무 일이 없었던 듯 부산역 풍경은 고즈넉하다. 그러다 다시 부산역사의 어묵 사건을 떠올리는 일이 벌어진다.      

부산역 사건 7년이 지나 이번에 장소를 대전역으로 옮겨 성심당 사건이 발생한다. 성심당 사건을 촉발한 쪽도 국회였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 성심당에만 임대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레일 유통이 정한 임대료 산정 방식과는 다른 임대료 산출 방식으로 성심당이 지난 세월 동안 특혜를 받았다는 질타가 있었다.      

국정감사가 갖는 위력 탓일까. 코레일 유통은 곧장 성심당이 차지하고 있던 공간에 약 네 배 가량 임대료를 올려 공개경쟁에 붙인다. 성심당은 곧장 반발했다. 성심당의 애초 대전역 입점이 코레일의 요청에 의한 것이니만큼 특혜가 아니라 주장했다.      


입찰엔 응하겠지만 기존의 임대료 수준으로 입찰할 의사를 밝혔다. 국정감사와 감사원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던 코레일 유통 측은 그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삼당이 대전역에서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사건을 잘 짚어보면 두 개의 모순적 흔들림이 있다. 국회에서 임대료 지적을 한 국회의원은 모두 같은 정당 소속이었음에도 상반되는 지적을 했다. 삼진어묵의 예를 지적한 쪽은 규정대로만 할 게 아니라 지역의 중소기업을 살리며, 로컬 브랜드를 챙기라며 공기업인 코레일을 압박했다. 성심당에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을 한쪽은 규정대로 하지 않았다며 시정을 요청했다.      

국회에서의 지적은 서로 엇갈렸고, 다른 처방을 요청했다. 코레일 유통은 손쉬운 쪽을 택했다. 깊은 고민 없이 규정대로 하는 길을 택한다. 그 결과 삼진어묵은 다른 지역의 회사에 밀려 떠나 부산역 근방 다른 빌딩에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성심당도 지금까지 내던 임대료의 네 배를 내면서까지 사업을 하진 않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코레일은 애초 성심당에 좋은 조건을 내걸며 입점을 초대해 놓고, 이제 와서 규정대로 하겠다고 하니 국회에서의 흔들림과 같은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도 공기업인 코레일 유통도 각 지역의 역사가 공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는 지적하기 바빴고, 코레일 유통은 규정에 열중하며 공익을 가벼이 여기는 발걸음을 보였다. 국회와 공기업은 경쟁하듯 공적 이익으로부터 멀어지는 게임을 벌이는 듯하다. 그러는 사이 자수성가하듯이 성장한 향토 기업은 제 고장의 핵심 공간을 비켜 가게 되었다.    

제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 살아있음은 지역민의 자존심, 그곳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과 관련된 일이다. 인상분의 임대료와는 맞바꿀 수 없는 무한정의 가치다. 그런 가치 있는 자산을 큰 대책 없이 내뱉은 몇몇 정치인의 비생산적 언설 때문에,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해 규정에 열중하는 공기업의 태만 때문에 망칠 순 없다. 제대로 된 토론을 이끌고 제도화하여 모든 지역의 기차 역사를 지역적 특성과 이익을 우선하도록 하는 규정을 정비하여야 한다.      


제대로 된 제도적 기반 하에 대구, 수원, 익산, 목포 등의 모든 지역 기차 역사에 형색을 드러낼 제2의 성심당, 삼진어묵이 자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기차와 기차 역사가 몸의 이동을 돕는 기능을 넘어서 서로 다른 여러 사람들이 특색 있는숨 쉬고 지역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런 역할까지 해보길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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