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흐란 맘다니가 띄운
미국의 정치적 상상

by 원용진

조흐란 맘다니의 깜짝 등장


조흐란 맘다니 (Zohran Mamdani)가 떴다. 2025년 뉴욕 시장 민주당 경선에서 전직 주지사 이자 거물 정치인인 쿠오모(Andrew Cuomo)를 꺾고 승리했다. 뉴욕에서 민주당이 지녀왔던 우세 전통을 감안하면 이변이 없는 한 그는 다음 뉴욕 시장이 될 전망이다 (결국 본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대중 정치인으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가능성을 가진 젊은 인물로서 이미 그는 미국 내 전국구 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33세(1991년생)의 젊은 정치인으로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우뚝 서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온 유색인에, 무슬림이며 이민자 가족이라는 사실도 주목을 끄는데 한몫하고 있다. 힙합 음악 제작에도 관여하고 주거권, 기후 위기 등에 관심을 보이면서 밀레니얼과 Z세대 유권자들로부터도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10여 년 간 나이 든 정치인들 간의 지루한 경쟁을 봐 왔던 미국인들의 시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맘다니는 때론 과격하다 할 만한 진보적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무료 대중버스 교통, 시립 식료품점, 임대료 동결, 부유층 증세 등은 미국 사회에서 제안된 적이 없던 의제였다. 그럼에도 그의 의제는 환영받고 있다. 대부분의 제안들에 구체적 실천 계획을 덧붙인 탓이다. 이미 그가 제안한 후 시행 중인 것도 일부 있는 탓에 요란스러운 정치인의 말의 성찬이라는 오해도 비켜가고 있다.


그가 데이트 앱으로 만난 배우자와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의 정치 행동도 연애 얘기처럼 새로운 세대에 맞추고 있다. 풀뿌리 조직을 강조하며, 자발적 지지자 기반을 중심에 두고 있다. 디지털 캠페인을 활용하는 새로운 기반 확보, 조직 활동, 정치 기법을 펴고 있다. 하기야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전통적 선거 캠페인은 아예 할 줄 모를 수도 있다.


선배 격인 진보 인사들도 적극 나서 맘다니를 지지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등이 든든한 뒷배를 자처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일원이기도 한 그는 다른 진보주의자보다 훨씬 너른 스펙트럼을 자산으로 갖고 있다.


새로운 정치의 등장을 알리는 징후일까, 해결책일까?


맘다니의 부상과 미국 사회의 위기는 서로 엮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이 위기의 정점에 들어섰다는 신호였다. 국제무대에서 해결사 대우를 받던 미국은 어느새 대책 없는 '깡패' 대접을 받고 있다. 미국 내의 문제는 바깥 문제보다 더욱 심각하다. 트럼프가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파괴적 정책을 일삼는 것도 내부 문제를 풀 해결책이 없는 탓이다.


그런 시점에서 맘다니가 등장했고 그를 새로운 징후로 보려는 시선들이 많다. 우선 그의 등장은 기존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연관되어 있다. 양당제에 대한 피로감이 나날이 커가는 일에 대한 반감이라는 말이다. 민주, 공화 양당이 무능하면서도 서로 닮아가고 뻔한 인물들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희망의 불씨를 전혀 엿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엘리트 정치에 대한 불만은 맘다니와 같은 비주류 정치와 파격적인 정치적 의제에 대한 지지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의제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며 멈다니를 적극 지지한다. 심지어 유대인 사회 내부에서도 젊은 유권자들은 이슬람교도인 멈다니에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가 기후위기, 주거비, 의료비,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미국 내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중산층의 붕괴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고장 난 자본주의를 미국인들은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고장에 대한 판정이 옳았음이 명백해졌다. 맘다니는 복지 정책으로 격차 심화나 중산층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고 단정하고 있다.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단기 처방에 그치고 만다며 확신하고 있다. <시립 식료품점>이나 <무료 대중교통> 같은 대안적 상상을 제시하는 이유다. 시장 중심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미국 사회의 치유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민주사회주의자(DSA) 집단은 아직 정당 규모에까지 이르진 못했다. 하지만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캠페인 참여 등으로 정당 활동을 펴고 있다. 이미 미국 내 정치 공간에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윤보다는 인간중심의 경제, 자본주의 비판, 사회적 소유, 노동자 권리 강화 등을 이념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이념과 목표가 젊은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때론 합리적 대안으로까지 언급되고 있다. 미국 정치 담론의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증거다.


넘어야 할 산


맘다니 정책은 이상적이다, 아직은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그래서 실현 가능성과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늘 뒤따른다. 급진적 노선 탓에 사회적 연대 강화가 아니라 새로운 분열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중 정치인이 되기에는 시민들에게 아직 더 설득적으로 설명하며 지지를 이끌어낼 과제를 안고 있다.


뉴욕 주 하원의원으로 약 5 년도 안 되는 경력이 아직은 설익은 정치인이라는 비판의 표적이 된다. 행정 경험이 전혀 없다는 약점은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가족 배경, 정치적 소속감, 종교 등과 같은 정체성에 대한 여러 질문도 넘어서야 한다. 경찰 폐지, 감옥 시스템 해체, 시립 식료품점 설립 등 일부 유권자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의제를 내고 있음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치 자금과 관련해 큰 몫을 할 유대인 커뮤니티와의 갈등도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의 종교와 가족 배경 등으로 반유대주의 논란에 휩쓸릴 소지가 있다. 경쟁자들도 지속적으로 그를 십분 활용할 거라 예상하면 이 또한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분열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 흑인 및 저소득층 유권자와의 거리감 탓에 그들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를 받았다. 대중성의 획득과 관련해 더욱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민주당 내부의 분열 책임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음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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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의 도전적 상상


사회주의는 미국 내 연방 정치에서는 제한적이었다. 2010년 버니 샌더스의 대선 출마 이후 대중 정치 안으로 스며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코리 부시, 라시다 틀라입 등이 연방 하원에 진출하긴 했지만 대중적인 흐름을 구성하진 못하고 있다.


멈다니의 등장과 경선 승리는 사회주의 담론이 정치 지형의 일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정치적 상상이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사회주의, 생태사회주의,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 등으로 동심원을 만들며 새로운 담론 지형을 그려가고 있다. 멈다니가 당장 미국 자본주의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새로운 정치적 상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미국 사회 진단의 중요 지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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