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족들은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는 장애 자녀의 치료와 교육을 위해 어려서부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의 수많은 편견과 싸우기도 합니다.
장애에 대한 주변 인식에 분노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픔을 드러내지 못하고 홀로 삭히기도 합니다.
특히 비장애 형제자매는 장애 형제자매로 인해
말 못 할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장애 형제자매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입니다.
자신도 사랑받고 싶은데 장애 형제자매를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랑을 양보해야 합니다.
부모의 관심이 장애 형제자매에게 더 쏠리다보니
충분히 사랑받고 때론 투정을 부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질투를 하기도 하고 외로움을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하는 게 있어도, 불만이 있어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책임감과 의무감 속에 자란 비장애 형제자매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빨리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집니다.
비장애 형제자매는 학령기에도 친구들에게 장애 형제자매의 존재를 숨기거나,
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결혼 적령기가 되어 이성과 교제할 때는
장애 형제자매가 있다고 언제 말해야 할지, 또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잘 사귀고 있다가
장애 형제자매가 있다고 말하는 순간
헤어지는 안타까운 경우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먼 훗날 부모가 돌아가시면
장애 형제자매를 평생 돌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무감이
비장애 형제자매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어도
이를 제때 치유하지 못하고 그대로 묻어둔 채 자라나기 쉽습니다.
비장애 형제자매가 겪는 어려움과 고충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일 것입니다.
특히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온 경우가 많기에,
누구나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는 이들의 어려움을 정확히 모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된 심리 상담 지원이나 코칭을
거의 받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한 실정입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8조(특수교육 관련서비스)에는
“교육감은 특수교육대상자와 그 가족에 대하여 가족상담, 부모교육 등 가족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법에 장애학생과 그 가족에 대한 ‘가족 지원’이 명시되어 있지만
제대로 된 실질적인 지원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가족 지원 내용을 보면,
상담센터에서의 가족 상담, 형제자매가 같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공원 티켓 제공, 공예 활동, 꽂꽂이 프로그램, 영화관람, 보드게임 대여 등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는 활동들입니다.
가족 지원도 그나마 부모 교육 및 상담 등
부모 지원에 대한 내용이 많고,
비장애 형제자매에 대한 심리 지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장애 형제자매는 대부분 간헐적이고 피상적인 상담을 지원 받는데 그치고,
꾸준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서적 지원은 제공되지 않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시간과 비용에 부담을 느껴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가족 상담의 경우
부모님 입장에서, 또 비장애 형제자매 입장에서
'몇 번 상담을 받는다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란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청에서 연계하는 상담센터의 경우
상담사들이 일반 심리학이나 상담심리를 전공하신 분들이어서,
우리 장애 아이들의 특성과 유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장애 아동에게 적합한 심리상담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교육청 예산 제약 상
필요할 때 계속 상담 지원을 받지 못하고
단회성 상담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덧붙여 상담센터나 정신과 의원까지 직접 찾아가야 하는 대면상담 방식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부담되는 면이 큰 것 같습니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집에서 언제든 편하게 비대면으로 상담받을 수 있고,
또 기간이나 횟수 제한 없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한시적 심리상담 지원이 아닌,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일상 생활에 대한 상담 뿐 아니라
비대면으로 전문적인 심리치료 지원까지도
받을 수 있게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상담사의 조건이 특수교육이나 장애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분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개별적 정서 지원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둘째, 상담사는 장애인 가족이 겪는 우울, 불안, 외로움 등 정신 증상에 대해
단순한 심리상담을 넘어 삶의 질 향상까지 가능한 심리치료 실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상담사가 단순한 심리검사 및 가족 상담, 정신과 의원 연계만으로는
가족들이 효과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상담사 스스로가 장애 및 비장애인에게 맞는
각각의 심리상담을 지원할 수 있게 전문성을 길러야
가족들의 심리치료는 물론 삶의 질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비장애 형제자매가 적어도 어른이 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심리상담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장애 형제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 외로움, 질투, 소외감, 죄책감, 책임감 등
다양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으며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횟수 제한 없이
안정적인 심리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넷째, 비장애 형제자매가 원하면 언제든, 어떤 내용으로든 상담받을 수 있게
교육청 등에 전문 상담 인력이 배치되면 좋겠습니다.
전문 상담 인력은 위에서 말한 대로
특수교육이나 장애학을 같이 전공한 분이면 더 좋을 것입니다.
상담센터나 정신과 의원으로 연계가 아닌,
교육청 자체적으로 상담 인력을 확보하여
상시적으로 기본적인 상담 및 전문적인 심리상담 지원이 이루어지게 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이후 하나의 트렌드가 된
비대면 상담을 활성화하여
언제든지 편하게 집에서도 상담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상담센터나 정신과 의원에 방문하여 상담받으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번거롭습니다.
또한 교육청에 전문 상담 인력이 배치되더라도
대면 상담만 허용한다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야 하기에
이용률이 뚝 떨어질 수 있습니다.
비대면 상담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전문적인 심리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기에
비장애 형제자매들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비대면 상담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많은 비장애 형제자매가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혼자 괴로워할지 모릅니다.
우리 사회가 장애는 네 잘못이 아니라고,
네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책임감에서 벗어나도 된다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비장애 형제자매에 대한 가족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져,
이들의 아픔을 달래고 어루만져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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