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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Feb 28. 2023

내가 6학년 담임이라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다.

1년간의 육아휴직이 끝났다. 정말 잘 쉬었다. 40년 가까이 살면서 이렇게 맘 편히 쉬어본 적이 있었던가. 그만하면 되었다 싶을 때쯤 복직이 다가왔다.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신학기 준비로 첫 출근하던 날. 2월 20일 월요일 10시까지 새 학교로 오라는 문자를 받고 가슴이 뛰었다. 매년 2월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달이다. 설렘이 조금 더 큰 걸 보면 잘 쉬긴 했나 보다.


10시에 맞춰 학교에 가니, 새로운 선생님들이 여럿 모여 계셨다. 교사 30명 중 15명이 새로운 사람이란다. 오늘 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년발표와 업무분장이다. 나는 며칠 전 학년 희망을 받을 때 1학년, 3학년, 5학년을 지원했다. 첫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함께 가고 싶은 마음에 1학년을 덜컥 지원한 것이다. 


보통 학교에서 1학년과 6학년은 제일 인기가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당연히 1학년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새로 오신 1학년 부장님을 눈여겨봤고, 박수도 제일 크게 쳐서 환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당연히 1학년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교감선생님께서 나눠주신 담임배정표에 1학년에 눈이 갔다. 어? 왜 내 이름이 없지? 빠진 건가? 싶어서 다른 학년을 둘러본 순간, 헉. 이런. 6학년에 떡하니 내 이름이 보인다. 오 마이갓...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순간 심장이 멈춘듯했다. 내가 6학년 담임이라니.


나에게 6학년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학년이었다. 교육경력이 15년이지만, 이상하게도 6학년 하고는 인연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원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당연히 6학년은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제 그런 경력자(?)가 되었다고 생각한 걸까? 교감선생님은 나에게 어떤 모습을 보신 걸까? 아니면 돌려 막기(?) 하다가 내가 꽂힌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만큼 나에게 6학년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선택지였다.


이제 고민은 끝났다. 지원한 적 없지만, 맡아야 되는 학년, 6학년 모임이 시작되었다. 한번 학년을 맡게 되면 연달아하는 나의 특성상, 내년에도 설마 6학년을 해야 하는 건가? 섣부른 고민을 하기도 전에 6학년 4명의 선생님은 모여서 서로 멀뚱히 바라보았다. 우리 모두 이 학교가 처음인 것이다. 자, 뭐부터 해야 할까요? 6학년 부장님은 해맑게, 불안한 듯 웃으며 우리에게 물었다.


어디에서나 인기 없는 6학년. 새로운 우리끼리 으쌰으쌰 해볼 수밖에. 이제 시작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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