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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원 Jul 24. 2020

서울에 남은 이모의 이야기

 

그냥 그냥 사는 거야


나는 결혼하고 송파구 장미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송파에 살고 있어. 우리 삼 남매 중에서는 나만 서울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이지. 


서울에 살아도 서울 토박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아.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어도 기본적인 마인드가 다른 것 같아. 그 사람들은 일찍 고향을 떠나서 자립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강하게 키워. 서울 토박이 들은 대학 졸업할 때까지 엄마 아빠 손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자기 자식들도 싸고돌고. 내가 본 서울 사람들은 대부분 그래. 그래서 서울 사람들은 큰 변화가 있을 수가 없어. 그냥 그냥 사는 거야, 만족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우리 아파트 단지는 벌써 20년이 넘었어. 88년에 이 아파트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그런 사람들은 벌써 여든이 넘었지. 나는 그 남아있는 사람들이 너무 답답해. 난 변화를 원하는데, 그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해. 이 동네를 개발시키고 싶어 하지 않아. 그냥 여기서 죽고 싶어 하지. 그 밑의 세대인 우리는 그런 게 너무 갑갑해. 서울에서 살고 싶다고? 나는 너무 신도시에 살아보고 싶어. 물이 콸콸 나오고, 집 앞에 나가면 차가 아니라 공원 이 있는, 그런 계획된 도시. 우리 동네는 아직도 80년대야. 집 앞에 나가면 가락 시장이야. 없어진다더니 없어지지도 않고,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서울은 항상 복잡해. 한적한 데 가서 살고 싶어. 



애증의 도시


게다가 서울은 모든 게 너무 비싸. 서울은 소비 도시야, 소비 도시. 정말 어마 무시해. 서울 변두리의 재래시장을 제외하고는, 단가가 완전히 달라. 얼마 전에 군산 여행을 다녀왔는데, 서울에서는 이 만원 하는 빙수를 군산에서는 팔천 원이면 먹을 수 있어. 서울은 정말, 생활하는 것 자체가 너무 비싸. 먹고사는 것만 본다면, 사실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 퀄리티 있게 살 수 있을 거야. 


그치만 서울에서는 모든 걸 다 누릴 수 있지. 문화며, 여가 생활이며, 요즘은 지방에도 많이 보급되어 있다곤 하지만 아직 서울과는 차이가 많이 나. 나는 마음이 답답하면 서울 시내를 무작정 걸어 다니는데, 걷다 보면 이것저것 구경할 게 많아서 금방 기분이 나아져. 그래서 서울을 떠나고 싶다가도,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생각하면 또 서울이 좋아. 그런 두 가지 감정이 항상 공존해. 서울은 나한테 애증의 도시지. 



이제는 편한 데 가서 살래


나는 늙어서 제주도에 가서 살고 싶어. 그치만 현실로 옮기긴 힘들겠지. 서울에서라면 남산에서 살고 싶어. 내가 만난 남산은 사계절이 너무 아름답거든. 자연에서 가까이 살고 싶은 게 내 의지지. 


나한테 서울은 팍팍한 곳이야. 내 시간도, 내 삶도 없이, 초단위로 시간을 나눠 쓰는 각박한 시간들이었어. 그 사이에 깨알 같은 재미들은 있지만, 재미가 안정을 주진 않지. 나는 너무 힘들어. 이제는 편한 데 가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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