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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원 Jul 24. 2020

나가며


                         

오래전 수도를 뜻하는 말이었던 ‘서울’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수도를 가리키는 고유 명사가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곧 서울의 발전이었다. 덕분에 인구 20만을 간신히 채우던 백 년 전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오늘날의 서울은 대도시를 넘어서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가 되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이면 충분한 시대에 살면서도,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속담은 아직도 유용하다. 수백 년 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서울은 한반도에서 가장 부유한, 가장 발전된, 가장 중요한 곳이다.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도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울 토박이  남매는 ‘고향이 사라졌다 말한다.  사람이 어제 일인  생생하게 그려낸 둔촌주공아파트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아파트 재건축 공사를 위해 작년 4 철거되었다. 그보다  어릴  살던 잠실 시영아파트 자리에는 이미 ‘파크리오라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오래다.  남매가 살던 곳은 언제  자리에 있었냐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서울 토박이  남매는 돌아갈 곳을 잃고,  자리에 상실감을 안고 산다.




둔촌주공아파트는 작년 4월 철거되었다.



토박이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더군다나 ‘서울’ 토박이라니. 토박이 중에서도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이 오고 가는 서울의 토박이들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서울은 나의 엄마, 이모, 삼촌의 고향이다. 누군가에게 서울의 집은 그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물건일지 모르지만, 그들에겐 생각만 해도 그립고, 시간이 걸려도 되돌아가고픈 곳이 서울이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달라 발맞추어 따라가기에도 벅찬 서울을 누군가의 고향으로써 되뇌고 있는 건 바보 같은 짓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돌아갈 곳 없이 살고 있는 서울 토박이 삼 남매에게 고향으로써의 서울을 잠시나마 되돌려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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