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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각형 Nov 18. 2023

공산주의에 관하여(2)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공부에 열심이던 아이를 불러 동네로 나가 간단히 밥을 먹고 오자고 했다.


밝은 목소리로 아이는 아빠의 청에 흔쾌히 응했고 간단히 나갈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고 나섰다. 우리가 향한 곳은 동네 중국집이었다. 근처에 사는 15살이나 어린 친척 동생이 마침 우리 동네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허기진 배를 이끌고 우연히 들려본 곳이라면서 짜장면이 그렇게 맛있다며 꼭 가보라고 권했던 중국집이었다.


사실 짜장면은 직접 가서 먹을 때 웬만해선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래도 갑자기 생각난 친척동생의 추천이 우리를 이끌었다.


중국집에 들어섰더니 정말 오래된 곳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낡았다. 테이블을 아무리 닦아도 하얀 휴지에는 거무잡잡한 흔적이 묻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한 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맛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을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더니 늦은 점심시간이었는데도 동네 어르신들이 한두 명씩 모여 앉아 있었다.


아이와 나는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진학할 고등학교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고 우리는 코를 박고 열심히 젓가락질을 했다.


기대한 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훌륭했다. 아이도 만족스러웠는지 한 그릇을 다 먹어치웠다.


계산을 하고 나올 때쯤에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아빠는 주 4일제를 찬성해?, 아이의 질문에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왜? 혹시 일의 효율성 때문이야?


"그것도 그거지만 더 중요한 점이 있어. 경제의 왜곡된 구조와 관련된 건데. 이게 좀 쉬운 얘기는 아닌데 아빠가 나가서 쉽게 얘기해 줄게."


"뭐라고? 왜곡된 구조?"


"응. 일단 나가자."


중국집을 나서면서 고민에 빠졌다. 아직 중학생인 만큼 어떻게 말문을 열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경제문제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라는 것이라는 관계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면 다시 일터로 나가야 하는 직장인의 비애를 떠올렸다.


"월요일이 되면 어른들이 다 일하러 나가잖아? 그렇지? 왜 나갈까?"


"돈 벌어야 하니까."


"그렇지. 그건 곧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지?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를 왜 일하면서 해결하는 걸까?"


"회사에 나가면 월급 주니깐 그렇지."


"맞아. 그렇지? 그런데 만약에 지금 우리 옆에 있는 건물의 주인처럼 가만히 있어도 월급처럼 월세가 들어와서 아무것도 안 해도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다면 과연 나가서 일을 할까? 너라면 나가서 일할 거야? 아니면 내일은 뭐 하고 하루를 보낼까라는 고민을 할 거야?"


"내일 뭐 하고 놀지 고민하고 있겠지."


"그렇지? 맞아. 건물 주인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벌 수 있어. 건물이라는 생산수단이 있기 때문에 돈을 버는 거야. 생산수단이 결국 자본이라는 거야. 자본은 이런 건물 같은 것도 있지만, 땅이나 공장도 있고 돈 자체도 자본 중의 하나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바로 그런 내용이야?"


"어. 맞아. 그런데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가서 일을 하는 걸까? 그건 말이야 자신들에게는 그러한 생산수단, 다시 말해 자본이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경제적으로는 두 개의 계급이 있어.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이 있어.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이야. 반면에 노동자들은 내일 일을 나가지 않으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는 사람들이야. 그래서 99%에 가까운 사람들이 노동자야. 그냥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내일 일하러 나가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해지는 사람들이 바로 노동자야."


"그럼 아빠도 노동자네?"


"어, 맞아. 아빠도 노동자야. 그래서 자본가는 많아 봤자 5%도 안 돼. 대신에 노동자는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그런데 경제구조가 왜곡되었다는 건 뭐야? 그리고 그게 주 4일제와 무슨 상관이 있어?"


"아주 옛날에는 주 6일제였어. 일주일에 단 하루만 쉬고 6일을 일해야 했던 거지. 그땐 다들 먹고살기 힘들었으니깐 어떻게 해서든 더 일해서 편하게 살고 싶었을 거야. 그러다가 격주 놀토를 거쳐서 5.5일제, 5일제가 된 거고. 먹고 살만 해져서가 아니라 경제의 규모가 커져 사람들이 돈을 좀 벌기 시작해서 일만 하고 사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착취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야. 20세기 영국에서는 9살 어린애들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이 잘려 나가는 사고도 많아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었거든. 아무튼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자본가들은 자기 대신에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생산수단을 가지고 돈을 벌어주는 노동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걸 직감했어. 그래서 자본가들은 정부에서 주 5일제를 도입하는 데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점이 도출되었을 때 크게 저항하지 못했었던 거야. 그리고 그들은 절대소수니깐 절대다수가 똘똘 뭉치면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이미 역사적으로 배워서 알고 있어. 왜냐하면 그 역사적 변곡점에서 최고의 사회적 계급으로 급부상한 게 바로 자본가들이었거든. 그런데 만약에 주 5일제에서 주 4일제로 바뀌면 이것도 경제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꽤 있는 거야. 업무처리의 효율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자본가에 대항하는 절대다수의 힘이 더 커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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