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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각형 Nov 18. 2023

공산주의에 관하여(3)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그러면 공산주의가 아닌 거야? 아까 칼 마르크스의 자본이 바로 그런 자본에 대한 거라면서?"



"맞아.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그러한 자본의 속성에 관한 책이야. 그리고 칼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선언을 한 장본인이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는데,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대척점이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야."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음. 그리고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어.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망한다고 말했다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사실이야.


실제로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는 스스로 붕괴된다고 했어.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까 옆에 있던 건물 주인은 자본가라고 했지?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그러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이제 일하러 나가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만약 그런 시대가 오면 말이야,


사람들은 더 이상 자본가들이 소유한 자본을 자본가 대신해서 생산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거야. 경제학에서 의미 있는 생산이라는 건 부가가치를 생산한다는 건데, 말이 어려운 거지 부가가치의 생산이란 말은 실제론 그냥 돈을 버는 거야.


생산성이 좋다는 말은 돈을 많이 번다는 얘기인 거고.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굳이 나가서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다면, 그런 시대가 오면 자본가들은 쩔쩔매게 될 거야.


소수가 소유한 자본을 소수 대신에 활용해 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야. 필요가 없는 곳에 의무가 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스스로 붕괴될 수밖에 없는 거야. 결국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되면, 그래서 생산수단이 골고루 나눠진 시대가 된다면 자본주의는 스스로 무너지게 되어 있어.


자본주의가 망하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의 원리가 더 이상 효력을 갖기 못하게 된다는 거야.


결국 자본주의는 뭐냐면, 생산수단을 소수의 사람들이 소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구조인 거야. 그러니깐 구조 자체가 시초부터 이미 왜곡되어 있던 거야."


"아, 그런 시대가 오면 좋겠다. 정말. 그런데 공산주의는 실패한 거 아냐?"


"음, 역사적으로 보면 그래 보이긴 하지.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


"왜? 소련은 망했잖아. 혹시 중국 때문이야?"


"아니. 그래서 그런 게 아니야.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스스로 붕괴된 다음에 오는 경제구조인 거야. 소수가 소유하던 자본을 이제 모든 사람들이 갖게 된 경제구조가 바로 공산주의인 거야. 그러면 공산주의가 되려면 먼저 자본주의여야 하고, 그 자본주의가 아주아주 잘 발달되어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20세기 초에 볼쇼비키 혁명이 일어나서 공산주의를 도입했을 당시의 러시아는 공업국가가 아니었어. 그래서 당시에 레닌은 노동자를 규합해서 공산주의를 도입한 게 아니라, 농민들을 이용해서 공산주의를 러시아에 도입한 거야. 그래서 애초에 레닌의 공산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래도 자본주의만 살아남았잖아?"


"당연하지. 열대지방에서나 자랄 수 있는 나무를 시베리아에 심어놓았으니 죽을 수밖에 없지. 그리고 1950년대에는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모두 난리가 난 사건이 있었어. 그때 미국 경제학계에는 "소련을 배우자"와 "소련을 따라잡자"라는 표어가 유행이었어. 계획경제체제의 소련이 보여준 경제성장률이 엄청났었거든. 그래서 1950년에 미국 경제학자들은 10년 동안 소련만 연구했었을 정도야. 그러니깐 10년 동안은 자본주의보다 계획경제의 공산주의가 훨씬 강력했었다는 거야. 그런 시절도 있었어. 그러다가 소련의 계획경제가 계획을 잘못 세우는 바람에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미국보다 못한 경제체제를 갖게 된 거야.


계획경제의 핵심은 계획을 세우기 위한 예측가능성에 있었는데, 소련도 똑똑한 경제학자들이 많았지만 통계시스템이라든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때문에 예측가능성이 무너지기 시작해서 계획경제가 효과적이지 못하게 되었던 거야. 특히 경제는 생태계처럼 굉장히 복잡하고 복합적이어서 그 모든 경우의 수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통계시스템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부재했던 게 실패의 큰 원인이었던 거야."


"그러면 공산주의는 이상적인 거네?"


"음. 예전의 계획경제는 그랬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지금은 통계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무엇보다도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계획경제도 어느 정도까지는 실현가능성이 있어. 그런데 이것도 추측일 뿐이지 진짜 가능하다는 건 아무도 몰라. 그래서 네 말대로 이상적이긴 해. 그리고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 개개인 모두 생산수단인 자본을 소유하게 될 거고 그럴 경우 더 이상 자신의 생계문제를 자본가의 자본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져. 그래서 아빠는 그런 시대가 오길 바라는 거야.


그런 시대가 도래하길 기다리는 차원에서 아빠는 공산주의를 말하고 있는 것뿐이야. 1950년대에는 공산주의자라고 하면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고문도 당하고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했거든. 그런데 그런 공산주의자 말고 아빠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뒤 다음 시대에 도래하는 공산주의를 말하는 거야. 이게 바로 칼 마르크스가 말한 공산주의야. 말이 많았지? 혹시 너무 어려웠어?"


"음, 좀 어렵긴 했어. 그래도 재미있게 들었어. 고마워요. 설명해 줘서."


"아니야. 언제든지 물어봐. 그리고 아빠는 공산주의의 시대가 도래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지 공산주의자는 아니야. 어디 가서 "우리 아빠는 공산주의자래요"라고 말하면 안 돼!"


"네. 알겠어요."


나는 딸아이가 경제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시기에는 지금보다 더 유연한 경제구조가 자리 잡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단지 남들보다 더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욕망이 이끄는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가 아니라, 공가능성이 지배하는 함께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모든 시대의 지배관념은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칼 마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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