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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라이터 Sep 18. 2023

그 밤, 우리는

사랑은 우리의 숨결입니다

촉촉이 젖은 밤공기를 가르며 너에게 가는 길에 문득 ‘사랑은 우리의 숨결이야’라고한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 숨 쉬는 동안 끊임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내리쬐던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한여름 밤의 사랑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스산한 가을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나는 숨결 같은 사랑을 떠올렸다. 환승을 위해 내린 익숙한 풍경의 버스정류장 앞에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과점이 있다. 이곳에 오면 습관처럼 그곳으로 들어가 많은 빵 사이에서 달콤 납작한 흑미공갈빵 한 봉지를 골라 든다. 인생의 쓴맛을 한순간도 잊지 않기라도 하듯 매일 쓴 커피를 마셔대는 너를 위한 달콤한 나의 마음을 담아 나는 너에게 갔다. 그 밤, 우리는 채워지는 와인잔만큼의 사랑과 비워지는 와인병만큼의 슬픔을 나눠 마셨다. 향기 가득한 미소 뒤에 감춰진 처연한 슬픔을 허공에 떠나보내고, 유리창에 맺힌 빗물은 눈물이 되어 흘러갔다. 그 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의 숨결을 나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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