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디자이너의 비즈니스 해상도 높이기
디자이너와 회사 투자 현황은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아니에요. 투자 단계에 따라 디자인의 우선순위와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이 흐름을 알면 투자자의 기대와 회사 목표에 알맞는 디자인을 할 수 있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이해한채로 업무를 한다면 그때부터 주도권이 생깁니다.
투자 상황을 안다는 건 지금 내가 어떤 퍼포먼스를 내야 비즈니스 전략에 도움이 되는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순간 나는 '직원'의 역할보다 '비즈니스 파트너'의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하나씩 보자면요!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시기에요.
시장에 빠르게 내놓은 뒤 데이터를 쌓고 사용자가 반응하는 패턴을 찾아야 합니다.
‘이 기능이 사용자의 문제를 진짜 해결하는가’를 검증하는게 우선입니다.
이 단계에서 디자이너는 픽셀 단위 완성도나 디자인 시스템, 또는 브랜딩을 중요시 하기 보다는
빠른 실행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아요.
이 시기에는 속도와 학습이 최우선이고 디자인이나 정책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때는 주로 창업자가 PM/PO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디자이너에게 다이렉트로
디테일한 요구를 할 수 있어요.
반대로 아예 디자이너에게 PM/PO의 역할을 맡기기도 하구요.
이는 정답은 없고 창업자의 성향에 맞춰서 달라져요.
그래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면 디자이너의 역할이 엄청 넓거나 반대로 엄청 좁거나 둘 중 하나일 확률이 높아요. 시리즈 A가 되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업무마다 인력을 배치하긴 어렵기도 하고 창업자 역시 배우는 시기라 그렇습니다.
또한 정책과 아이템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지만 빠르게 실행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시장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시기에요.
이제 가능성을 봤으니 시장에 정착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해요.
프로덕트가 1개라면 그 프로덕트를 ‘사용자가 얼마나 오래, 자주 쓰는지’를, 프로덕트가 2개 이상이라면
'이 시장에서 얼마나 몸집을 키울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해요.
(물론 회사마다 이와 다를 수 있어요)
이 단계에서는 디자이너가 전환율을 올리는 데 집중하거나 또는 사용자가 좀 더 오래 머무르도록, 좀 더 자주 오도록 집중하는게 좋아요. 그래야 다음 투자에 필요한 "이 제품이 실제로 쓰이고, 오래 쓰인다”는 사용자 지표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시리즈 B정도 되면 회사에 정책과 기술 레거시가 정말 많아요.
좋은 방법이 눈 앞에 있어도 이 레거시들이 발목을 잡아 생각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그 방향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 이 때는 '이게 맞아!'보다는 '지금 우리로서 뭐가 최선이지?'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동료가 되는게 좋아요.
회사가 이미 한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이제는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제품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시기에요.
이쯤 되면 경쟁자도 생겨있어요. 팀 규모도 커지고 제품 라인업과 채널이 동시에 늘어나기 시작하죠.
이 단계에서 디자이너의 시야는 넓을수록 좋습니다.
한두 개 서비스 화면만 챙기는 ‘로컬 플레이어’에 머무르기보다는 브랜드·디자인·사용자 경험을 아우르는
‘글로벌 룰메이커’ 역할을 해야 해요.
혼자서 모든걸 다 해야 한다기 보다는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다양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래야 다음 성장 단계에서 새로운 팀과 제품이 계속 늘어나도 일관된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 신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프로덕트 하나의 성공”에서 “조직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으로 무게 중심이 바뀌는 시기라서
뭐 하나 하려 해도 빨리 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어요. (회바회이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