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을 땐 달래강회
어릴 때 엄마는 실파강회를 자주 해줬다. 저녁 찬거리 장을 보다 쪽파가 싸다 싶으면 한 단을 사 왔다. 쪽파 머리끝을 아슬아슬하게 끊어 소쿠리에 내주면 다듬는 건 우리 자매들 몫이었다. 엄마가 다른 요리를 하는 동안 우리 언니들과 나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상한 파 잎들을 애처로워하며 하나씩 떼어냈더랬다.
다 다듬어 다시 엄마에게 건네면, 엄마는 쪽파를 흐르는 물에 두세 번 비벼 씻어서 흰머리가 반짝반짝 윤이 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끓는 물에 넣고 금세 건져내면 새파란 쪽파가 잔잔한 청록색으로 진해져 있었다.
그때부터 엄마의 손은 더 빨라졌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삶아 낸 쪽파 두어 개를 돌돌 말아 핑거푸드 크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달짝하고 시큼한 초장과 함께 상에 올렸다.
우리는 주로 오징어 숙회와 같이 먹었는데 아버지의 안주로도 좋았다. 초장 맛으로 먹다 파맛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파맛을 즐긴다.
시어머니가 밭에서 자란 달래를 뽑아 깨끗이 씻어 챙겨주셨다. 된장찌개도 넣어 먹고 무침에도 넣어 먹었다. 그래도 너무너무 많아 강회를 해 보았다.
날치알을 넣은 계란 전과 바비큐 소스로 익힌 돼지고기 파프리카 볶음 그리고 달래 강 회를 상에 냈다. 뭔가 허전해 보이는 것은 국 때문인 듯! 국은 내가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끓이지 않는다.
처음 말아 봤는데, 다음에는 더 예쁘게 돌돌 말 수 있을 것 같다
초점이 초장에 있어 조금 아쉽지만.
입에 들어가 깨무는 순간부터
상큼하고 시원한 봄내가 입안 가득 파바바박 터졌다.
맛과 향, 먹는 재미와 보는 재미까지 갖춘 달래강회! 주말 요리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