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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Jul 12. 2024

우리는 왜 마늘향에 취할까?

금요일 정릉식탁 11. - 마늘빵

시부모님께서 농사지은 마늘을 보내주셨다. 알이 단단하고 하얀 햇마늘을. 생으로 먹으면 깡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신선하다. 쌉싸래한 향이  입안 가득이다.

한동안 마늘 걱정은 없겠네!

#시댁플렉스

그래서! 마늘빵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갑자기?)

코스트코에서 마늘 바게트와 베이글을 사 왔다. (빠른 행동력 자랑해)

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빵 칼이 날카로워서 늘 빵을 자를 때는 고기 자를 때 보다 더 조심조심하게 된다. 이상도 하지. 부드러운 빵인데. 세상일이 다 그런 것도 같다. 여린 것일수록 조심조심.

나는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버터도 무염 버터를 쓰는데 마늘빵에는 달고 짭조름한 맛이 나야 하기 때문에 무염 버터에 소금을 조금 넣었다. 이럴 거였으면 왜 무염 버터를 쓰나,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어쨌든 고고.

무염 버터를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만 돌려서 살짝 녹인다. 그리고 잘 저어 소금이 녹아들게 한다.

그런 후 다진 마늘을 넣는다. 마늘을 더 곱게 갈아 주어야 하지만 나는 마늘 입자가 보이는 걸 선택한다. 살아 있는 마늘을 보여주겠어!

달짝한 맛을 위해서는 꿀을 넣어야 하는데 집에 있는 건 죄다 새 것에 용량이 큰 것 밖에 없어서 포기. 그러다 지난 12월에 하와이에서 사 온 마누카 꿀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너로 정했다.

마늘 섞인 버터는 빵 표면에 고르게 발라 준다. 여기서, 촉촉한 마늘빵을 원하는 남편을 위해 빵 표면에 살짝 물기를 묻혔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파슬리도 적당히 뿌려 준다. 그리고 140도에서 구워준다. 오븐에 넣어놓고 다른 일은 금물! 금세 타버릴 수 있기 때문에 상태를 봐가면서 뒤집어 주면서 구워야 한다.

짜잔! 이렇게 완성되었다.


내가 최근에 해준 음식 중에 마늘빵이 제일 맛있었다는 남편. 고향에서 올라온 마늘향 때문이겠지.

마늘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잠시 두 눈을 감는 남편. 깊은 마늘향에 취하는 모습이 꼭 고향을 떠올리는 표정이었다. 마늘을 거두고 말리고 골라 올려 보내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이겠지.


싶었는데, 그런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맛있단다.


그래 담에 또 해줄게.


그렇게 말을 해놓고 나니, 왠지 뭔가 덫에 걸린 것 같다.


한동안 마늘빵 엄청 굽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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