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정릉식탁 14 - 시아버지 생신상
요리를 잘하는 편은 못 되지만 한번 먹어 본 맛은 잘 기억하는 편이라 맛있다 기억하는 맛은 집에 돌아와 비슷하게 해 먹을 정도의 미각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요리를 딱히 제대로 배운 적 없지만 대충 휘뚜루마뚜루 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하고 첫 시아버지 생신,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뭐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지만 한 번은 상을 차려 드리고 싶어서 요리를 했다. 지난 4월 시어머니 생신상도 차렸는데 그때 차려 본 경험으로 좀 더 요령 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시댁에서 요리하지 않고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내려갔다.
1. 이 요리의 이름은?
이것에 이름은 버터 헤드 레터스. 아삭한 식감이 좋고 향긋하다. 우선 상에 내기에 모양이 좋은 게 최고!
나는 생전 해 먹어 보지 않았던 이 채소를 위에 구운 닭갈비를 올린 후 특제 소스를 뿌려 먹을 생각이다.
소스는 피시 소스에 식초와 매실액, 간장 조금 그리고 색색 청양고추와 양파를 아주 작게 썰어서 넣어 만든다. 중간중간 간을 봐야 한다. 너무 짜지 않도록. 물론 피시 소스가 없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집에 있는 멸치 액젓국을 희석해 쓰면 된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닭갈비를 올려 소스를 뿌리면 끝이다. 이 요리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이참에 봄덝봄닭이라고 지어볼까?
2. 명태회무침
참나물을 먹기 좋게 자르고 사치큰하게 익은 명태 회무침을 쓱쓱 섞는데, 너무 심하게 섞으면 안 된다. 부드럽게 살살 만져 줘서 참나물과 명태 회무침이 잘 섞이게 한다.
3. 와사비 크래미 샐러드
오이를 베이스로 한 크래미 샐러드. 양파와 오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각종 채소도 넣는다. 크래미도 잔뜩 넣고 마요네즈 약간 에, 제일 중요한 생와사비를 넣고 버무린다. 크래미는 먹기 좋게 결 따라 찢어준다.
3. 돼지갈비찜
돼지갈비는 만들어 갔다 핏물을 6시간 정도 뺐다. 돼지 잡내가 나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피 다 빼고 삶아 낸 후 양념을 해서 40분 정도 졸여서 만들어 갔다. 매콤돼지갈비 양념을 조금 넣고 고기 크기만 하게 감자와 당근을 함께 넣어 익혔다, 매실액과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을 넣어 완성했다. 상 차리기 전에 대파와 양파를 넣고 살짝 익혔다. 숨이 너무 죽지 않을 정도로만.
4. 버섯소불고기
버섯 잡채 소불고기도 했다. 느타리버섯과 팽이버섯을 넣고 양파채, 파채 그리고 당면까지 넣어서 잡채 양념으로 재운 소고기와 함께 끓여주었다. 뭘 해도, 아무리 조금만 하려 해도 5인분 이상 만들어지는 이상한 손을 가진 나. 점점 양이 많아지는 건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한다. 뭐, 모자란 것보다 남는 게 조금은 낫지 않나 하면서, 마음을 다독인다.
조리한 음식들을 두 개씩 담아서 상에 내고 문어숙회도 썰어서 차렸다. 요리하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맛있게 잘 먹고 속이 든든해진 하루였다.
다음 상차림은?
당연 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