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정릉식탁 13. 특별하다는 로망 그 잡채
대충 아무렇게 만들어 먹던 혼밥 식탁에서 둘 혹은 그 이상의 식탁을 꾸려야 할 일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요리하는 취미가 생겼다. 전에는 메인디쉬 하나면 식사가 뚝딱 해결이 됐었는데 이제는 밥, 반찬을 생각하게 되었고 가급적 한두 번 더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으로 요리하게 되었다. 워낙 밖에서 먹는 음식을 즐겨하지 않는 편이라 대충 후딱 해치웠었는데, 차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하려고 한다.
잡채는 명절이나 귀한 일이 생길 때마다 먹는 음식이었다. 그렇다 보니 잡채에 대한 이상한 로망도 생겼다. 손이 많이 가서 그렇지 만들어 놓으면 한참을 먹기 좋은 잡채. 남편이 너무 맛있게 먹어 주어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 40인분 잡채를 만드는 나란 여자.
당근, 양파, 시금치 어쩔 때는 부추, 자른 당면 돼지고기 등을 따로따로 볶은 후 한꺼번에 참기름, 간장 맛술을 조금 넣고 잘 섞어주면 잡채는 끝! 먹다가 질리면 고추장을 넣어서 매콤 잡채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손이 큰 나는 한 번에 자른 당면 1kg을 다 써서 잡채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도 일주일이면 끝이 나니 남편의 먹성은 먹깨비 수준.
상차림을 하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잡채가 메인인데 쌀국수 볶음이 또 메인이다.
그렇다. 그날 먹고 싶은 것과 많이 만들어 놓은 것을 처리하는 과정 사이에는 언제나 선택해야 할 과제가 생긴다. 아쉽지만 오늘은 실패! 남편이 먹깨비라 얼마나 다행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