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빛 안에 나란히 들어가 앉아있는 아이들을 본다. 빛에도 나름의 향기가 있어서 아침의 빛에는 버터를 바른 토스트 향기가 난다. 문득, 아이들이 양지바른 곳에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덜 훌륭하고 덜 아름답더라도, 양지에서 햇살 가득 받으며 내내 따사롭고 조금은 나태한 어른이 되었으면. 훌륭하고 아름다운 음지는 외롭고 쓸쓸하다.
5번 출구 앞 전단지 할머니께서 오늘은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셨다. 도르래 장바구니 손잡이에 강아지를 목줄로 묶어놓고, 새로 생긴 샐러드가게의 이벤트 전단지를 돌리신다. 돌리다 가끔씩 강아지와 눈을 맞추신다. 강아지와 함께 계신 할머니의 눈은 한층 더 반달이 되어있다. 강아지는 할머니의 눈을 달처럼 만드는 존재인 것이다. 전단지를 건네받는 나의 눈도 기꺼워 반달이 되었다.
발바닥과 발목 통증이 심해져서 사내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 이것저것 아주 길고 성실하게 내 고통의 원인과 결과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시는 물리치료 선생님의 말씀을 꾸역꾸역 쓰게 듣고 “선생님, 그래서, 뛰면 안 돼요?” 물었더니 “뛰지 말라면, 안 뛸 거예요? 뛰실 거잖아요. 뛸 땐 뛰더래도 보호패드랑 테이핑을 하고 뛰시란 거죠. 하고 싶은 건 하시는 성격인 것 같은데. 저도 그렇거든요. “ 하시며 마치 꿀벌의 벌집 같은 예술적인 테이핑을 해주셨다. 참으로 멋진 선생님. 아, 참고로 우리 집 아들 이름은 ’이도‘이다. 이 선생님 아들의 이름도 ‘이도’라고 한다. ‘이도’의 엄마는 뛰지 말래도 뛰는 성격으로 밝혀졌다.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