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곰 Mar 26. 2019

안녕.. 친구

친구를 잃은 기분

회사 동료가 친구가 되기는 힘듭니다. 성별도, 나이도, 팀도 다르면 더더욱 그렇죠. 그럼에도 그와는 친구라고 할만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내가 회사를 옮기고 나서도, 그 친구와 매일 같이 안부를 주고 받았으니 기꺼이 친구라고 할 수 있겠죠.


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받은건 오늘이었습니다.  이틀 전만해도 연락했던 친구가 죽었다니까 도무지 믿어지지 않고 뭔가 잘못된 거 같아서 그 친구의 풀네임을 말하며 확인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내가 아는 그 ㅇㅇ?'


왜 이렇게 불현듯 찾아오는 죽음은 그렇게 부질없는 약속들을 동반할까요. 나는 그 친구에게 밥 살 것이 있습니다. 회사 근처에 놀러오면 김치찌개를 사주기로 했었어요. 끝내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네요. 습관처럼 늘 퇴사하고 싶다, 퇴근하고 싶다라고 서로 경쟁하듯 말했습니다. 퇴사하면 산티아고 순례길에 김치찌개집을 차리고 싶다는 꿈을 가진 친구였어요. 한국에서라도 좋으니 빨리 창업하자고 했었죠. 정말 장사해서 성공할만한지 김치찌개를 맛보여준다고 했었는데, 이제 그 친구의 김치찌개를 맛볼 날은 영영 오지 않겠네요. 가장 최근에는 그 친구가 국수가 먹고 싶다며 같이 국수를 먹었을 때도 내가 내겠다는 걸 마다하고 그 친구가 계산을 했어요. 그게 마지막이 되었네요.  어쩌자고 나한테 밥만 잔뜩 사놓고 내가 사줄 기회는 주지 않고 가버렸는지. 


그 친구와는 사는 곳이 멀지 않아서, 동네 근처에 유명한 칼국수집에 한 번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나는 어제 그곳에 처음 가서 그 친구에게 연락했었어요. "홍은칼국수 드디어 왔다" 답이 없는 게 조금 이상했지만 그저 일이 바쁜가보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게 그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 그 친구가 읽지 못한 내 첫 카톡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에는 아무에게도 말 못할 내 고민을 들어준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남사스러워서 어디 얘기하기도 힘들었는데 그 친구는 전부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줬어요. 내가 돈을 많이 벌면 나의 재무설계사가 되겠다고 농담처럼 말하더니만, 며칠 전에는 차를 구입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상담을 해줬었죠. 그러고 보면 난 그 친구에게 받기만 했던거 같아요.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더더욱 그렇네요. 정말 난 그 친구에게 해준게 없어요.


그러고 보면 정말 자기 욕심이 없는 친구였어요. 우리 월급은 정말 빠듯해서,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걸 아끼고 아껴서 어머님 모시고 해외여행 갈 떄 정말 대단하다고 했어요. 명절마자 부모님 용돈 챙겨드리는 모습도 그랬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정말 돈 쓸 줄도, 욕심부릴 줄도 모르던 친구였어요. 


장례식장에서 그 친구의 부모님을 뵈었을 때, 당신 자식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고 나에게 좋은 친구였는지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어머님 얼굴을 보니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그런 말이 어머님에게 위로가 될런지도 모르겠어요. 언어란 이럴 때 왜 이리 무력할까요.


사실 지금도 실감이 잘 안 나요. 지금도 카톡하면 답장이 올 것 같고요. 사무실에 가면 웃으며 반겨줄 것 같은데 이제 영영 끝이라니 현실감이 없어요. 이상하기만 하네요. 혼자 사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고 내가 지인을 걱정하며 말했더니, "3일에 한 번씩 연락하자. 3일간 연락 없으면 서로 신고해주자"라고 내게 말했었어요. "우린 매일하잖아"라고 웃어넘겼는데 이게 정말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양심적이고 정직한 사람이었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 친구가 그렇게 혼자 갔다는 사실이 속상하고, 그 친구의 마지막 순간에, 매일 같이 연락하던 나는 무엇이었나 싶어요. 매일 같이 떠들어댔던 그 얘기들은 다 무엇이었나 싶어요. 너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꿀곰의 일기, 꿀곰의 기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