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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을 사고 싶다면

자식이 전공을 한다 할 때

보통 어린 자녀를 바이올린학원에 보낼 때 처음부터 전공을 시켜야지 하고 시작하는 부모님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허지만, 각종 콩쿠르에 나가서 상을 타기 시작하고, 연주회를 하다 보면 학생이나 부모님께서 바이올린을 잔공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인사이즈로 악기를 바꾸려는 시점, 전공을 시켜볼까 하는 학부형에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어떤 정도의 악기를 사줄까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5-6 학년정도 되는 아이에게 엄청난 고가의 악기를 안겨주는 것도 불안하지만 갑자기 고가의 악기를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전공을 시작하려는 학생을 둔 학부형들에게 저는 먼저 활에 투자하시라고 추천드립니다. 바이올린은 악기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감에 따라 악기렌털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고, 큰 금액을 주고 악기를 선뜻 구입하는 것보다는 이런저런 악기를 렌트해서 써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악기사에서 돈을 내고도 빌려주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게 활입니다.  



바이올린활의 앞과 뒷부분


약 60센티정도 되는 바이올린의 활이 들기만 하면 1년 치정도 대학 등록금정도하니, 가끔 활을 사려는 학생과 학부형들 사이에서는 그냥 악기만 좋은 걸로 쓰고 활은 아무 걸로나 하면 어떠냐 하는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하지만, 전공으로 악기를 하는 경우, 악기보다 활의 미세한 차이가 소리를 만드는데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오직 연주자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활을 악기점에서는 왜 빌려주지 않느냐고요? 그건 사고가 날 위험이 높고, 사고가 난 경우 복구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바이올린의 경우, 웬만한 고장은 거의 다 수리가 가능한 반면, 활은 한번 부러지며 그 탄성을 되찾기 힘듭니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연주를 하는 오케스트라의 경우 사고가 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에, 활은 사고가 무척 많습니다. 활 가격이 점점 올라가는 것도, 좋은 활이 점점 더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왜냐고요? 활의 재료인 페르남부코 나무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때문에 점점 더 없어지는 게 그 첫 번째 이유이지요. 제조법이 비밀에 부쳐진 바이올린 바니시와는 달리, 활은 좋은 제작자들이 많아 아직도 좋은 활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재료가 없어진다는 공포 때문에 그 가격이 더 올라가는 거지요. 예전에 좋은 활 1 자루의 가격이 고사양 컴퓨터 1대의 가격이었다면, 지금은 약 10배 정도로 뛰었으니, 가격 상승곡선이 얼마나 가파른지 가늠이 되시나요? 가지고만 있으면 가격이 뛰는 물건을 괜히 렌털해 주었다가 현재가격을 받고 사고수습을 한다 한들 악기점들에게는 손해이니 잘 안 빌려주는 것이지요.





활 가격의 상승곡선은 제가 학부형들에게 악기보다 활을 먼저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활은 제작자가 많지도 않고 가격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기에 악기를 살 때 가장 불안한 "가품"일 경우가 적고, 보관, 이동이 용이하며 나중에 재판매 시 가격 손실이 적을 수 있어 "속았다"라는 느낌이 덜 들 수 있는 바이올린의 구성품이기 때문입니다. 전공을 하는 학생들 정도의 실력이라면 활의 탄성이 제대로인지 아니면 수리가 된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기에, 학생이 "이거다"싶으면 가품일 경우는 무척 드뭅니다. 게다가, 악기를 사느라 경제적으로 무리를 했는데 활까지 또 사려면 무척 부담이 되는 데다가 급히 악기를 구하려면 아무래도 실수가 있을 수 있어 저는 전공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언제나 활을 먼저 권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위험 요소는 있지요. 사고가 나는 것입니다. 활은 부러지면 끝이기에 부러지지 않도록 진짜 조심을 해야 합니다(경험에서 나오는 찐 조언입니다). 떨어뜨리지 말 것은 물론이고, 날씨가 건조해지면 활털을 충분히 풀어놓고, 활이 텐션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활털을 교체할 때, 활털을 조금 길게 갈아달라고 합니다. 조금 더 조여야 해도, 활털이 오그라들어 활이 부러지는 것은 방지해 주니까요. 




바이올린은 "비싸다"라는 인식이 있어 바이올린을 하면 엄청 부자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지로는 악기를 빌려주는 재단도 있고, 개인 소장 악기도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빌려주는 독지가들도 있어 생각보다 바이올린은 빌려서 쓸 수 있지만, 활에 대한 인식은 없기에, 일단 활부터 사고 천천히 악기 구입을 고민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라는 저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입니다. 


전공을 하려면, 활부터 주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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