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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Dec 21. 2024

[스타트업] #5. 낯선 자극이 주는 것들


사내벤처 공모전, 그리고 최종 5팀 선발.


경쟁률이 얼마나 낮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다섯 팀 안에만 들면 상금과 엑셀러레이팅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상금은 몇십만 원 수준이라, 사실상 더 기대했던 것은 매일 하던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이었다.   


유튜브에서 장기하가 아는 DJ 형의 이야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형은 디제잉을 할 때 꼭 옆에 음료수를 놓는데, 이유인즉슨 관객과 음악으로부터 잠시 멀어져 생각을 리프레시하게 하는 매개가 있어야 더 좋은 아이디어로 디제잉을 할 수 있어서였다. 그래서 장기하도 생각의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익숙한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갖는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창의성은 새로운 자극과 만나 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일상에서 새로운 자극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 직장에서 12년간 일하며 다양한 업무 상황을 마주하긴 했으나, 영감(inspiration) 이 아닌 당혹감을 주는 낯섦이 훨씬 많았다. 일을 하며 만나는 낯섦 앞에선 무언갈 생각하기보단 하루빨리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 교육이라니. 얼마나 직무와 먼 이야기인지. 창의성은 물론 거의 죽다시피 널브러져 있던 설렘이란 감정 또한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아직... 살아있었구나 너.


모든 교육 과정을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매일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표현도 과하진 않을 것 같다.


"이게... 마치 한여름밤의 꿈같아."라는 말을 팀원에게 내뱉을 정도였으니.


육아와 직장 업무는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교육까지 듣는 것은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클리셰를 뼈저리게 느끼며, 새벽까지 학습한 것을 토대로 우리의 아이디어를 수정 및 발전시키는 데에 시간을 쏟았던 4주간이었다.


4주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고, 이제 마지막 무대만이 남아 있었다.


단 1개의 1등 팀을 뽑아야 하는 결전의 무대 말이다.


왠지 모를,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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