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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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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별 Dec 04. 2021

살고 싶은 너에게

야, 너도 될 수 있어.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즘이란 말이 여기저기 들리기 시작하면서 언제부터인지 그 단어는 트렌드가 되어 미니멀하지 못하면 세련되지 못한 것처럼 인식이 되기도 한다.


과연 미니멀리즘은 집의 인테리어를 간소하게 하고, 옷장의 옷들을 덜어내는 것으로 표현되는 세련됨일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생존에의 절실함이 미니멀리스트를 만든다.”라고 한다.


그래! 바로 그거!


내가 느낀 미니멀리즘에 가장 부합하는 설명이다.



물론, 미니멀리스트들은 물리적인 물건들을 덜어내는 작업으로 미니멀한 삶의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단순히 집 안에 물건의 총량이 적어지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만족한다면 그건 그냥 청소와 정리,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도 인테리어를 좋아한다. 청소도 좋아한다. 심지어 한창 청소에 미쳐있을 땐 새벽에 잠이 깨어 잠이 들지 않으면 화장실을 청소하곤 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를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올해  심리적 체험을 했다.


그 배경엔 여러 가지 제반 사정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두 가지는 나를 갉아먹던 회사에서 과감하게 탈출한 것과 목적 없이 계획 없이 시간을 낭비하듯 흘려보내며 자유로워진 것.


그 두 가지가 매우 컸다.


갑자기.


불현듯.


그렇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생에 처음 느껴보는 평안… 안정…


(음…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너무 제한적이라서 그나마 가장 비슷한 표현이 이것뿐이다.)

.

.

.


마음은 간단하고, 정신은 가볍고, 감정은 단순해졌다.  

마음자유롭고, 정신은 안정되고, 감정은 감사했다.

.

.

.


아무리 애써도 느껴지지 않던 그런 것들이

9 어느 ,

애쓰지 않던 나에게  들어왔다.


반려견  마리를 데리고 지난 5년간 한결같이 걸었던 아파트 산책길을 걸었을 뿐인데.


청명한 초가을 하늘 아래 아직 여름의 푸르름을 벗지 못한 나무들을 무심히 보았을 뿐인데.


그냥 그렇게 ! 


좋다. 오늘이 너무 좋다. 내일도  좋을  같아.’


라는 생각이


마치 누가 내게 수액 주사라도 놓은 듯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흘러들었다.

.

.

.


일생동안 마음이 천만번을 원해도 얻어지지 않고 잡히지 않았던 이런 상태가 찾아온 이유는 정말 무엇일까?


올해 나는 어떤 변화를 겪고,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 되짚어 봤다.


맞지 않는  같던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며 몸과 마음을 관리하고,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들을 눈치 보지 않고 보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  시간들… 지난 40년의 내가 ‘낭비’라고 나무랐을 그런 멍-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 그게 달랐구나.


달랐다.


그리고 또,


브런치라는 세상을 만나 이곳에서 글을 쓰면서 기억을 객관화시키고, 왜곡된 감정을 정돈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공감받은 것도 나를 과거로부터 해방시키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내 안의 것들을 외부로 꺼내고 펼치고 정리하니

 안의 진짜 나는 미니멀해졌다.


덜어내

걷어내

보내주

내려놓고


그런 것도 안되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자.


감정의 채도는 두 톤쯤 낮게.

기억의 농도는 좀 더 말갛게.


그렇게 살아보자.


강렬하지 않아도 괜찮다.


결국,  변화는


살고 싶은 내가 투쟁하여 얻은 결과물이다.


살고 싶음의 다름 아니다. 미니멀이란 것.





사회가 복잡 다양해졌기 때문이든, 당신의 삶이 그냥 복잡하기 때문이든, 이유를 불문하고!


다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

그거 다 가져가려 하지 않아도 된다.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이다.


  고,   무뎌지고, 조금  기준을 낮춰.

그것이 당신을   살만하게 만들 거야. 


내가 직접 체험하고 말해 줄 수 있는,

꼰대 같지만 절대 꼰대들은 알 수 없는,

진실이야.


!

너도 될 수 있어!!

미니멀리스트!!!





덧. 12월이다. 지난 41년 동안 늘 12월이 좋았는데. 한 해가 또 가는 것이 그렇게 좋았는데. 올해 처음으로 아쉽다. 벌써 올해가 다 갔다니 아쉽다. 이렇게 좋은 날들이 지나가는 게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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