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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May 10. 2023

떡볶이에 완벽하게 치즈를 얹는 의외의 방법

단상 (97)


 어느 떡볶이를 좋아하냐는 질문은 내게 무의미하다. 그게 떡볶이의 상호를 고르라는 질문이든 쌀떡과 밀떡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이든 말이다. 모든 떡볶이를 다 좋아하기 때문에 차라리 선택을 요하는 질문 대신 '네/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떡볶이를 좋아하세요?' 같은 질문이 더 적합하다. 


 집 냉장고에도 늘 밀키트처럼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떡볶이가 구비되어 있다. 물론 시켜 먹기도, 분식집 등에 가서 먹기도 자주 하지만, 집에서 해 먹는 게 제일 최선인 경우를 고려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꼭 떡볶이를 시켜 둔다. 떡볶이가 마침 당겼지만, 주변에 마땅한 분식집이 없을 때도 있고, '오늘 저녁은 떡볶이닦!' 하고 귀가하자마자 배달 앱을 켰는데 사십 분 이상 소요된다는 아찔한 메시지를 받을 때는 그냥 집에서 후다닥 해 먹고 마는 게 제일이다. 


 그렇게 어젯밤도 떡볶이와 함께 했다. 눈꽃 치즈가 동봉된 떡볶이였다. 떡볶이의 빨간 맛 그 자체를 사랑하기에 치즈 떡볶이보다는 그냥 떡볶이를 선호하지만 어떻게 매일 밥만 먹고 사냐는 가르침에 따라 어제 같은 날은 치즈를 살포시 얹어 지루한 떡볶이의 자태에 변주를 주기도 한다. 간혹 이렇게 치즈 변주를 주지만 성에 차지 않는 구석이 있다. 아무래도 동봉된 치즈의 양이 많지 않아서인지 치즈가 다 녹아 버려 국물을 휘적여야 겨우 자그마한 덩어리라도 건질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어제 우연히 떡볶이 위에 치즈를 얹는 의외의 방법을 발견했다. 녹고 또 녹아 국물에 빨려 들어가지 않은 그 방법은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로 계란 위에 올리는 것이다!



 떡볶이에 삶은 달걀을 빼놓을 순 없으니 조리가 다 되어갈 즈음 달걀을 반 잘라 퐁당 떡볶이에 넣었다. 우연한 발견이라고 말했듯, 이등분된 달걀 위에 치즈를 올릴 의도는 없었다. 그저 원을 그리며 치즈를 투하했는데 상당한 양의 치즈가 달걀 위에 안착했을 뿐. 인덕션에서 팬을 식탁으로 옮겨 놓고 치즈가 살짝 녹길 기다렸다. 떡볶이 포장지를 버리고 겸사겸사 주방도 대충 치운 뒤 식탁에 앉으려는데 뭔가 허전했다. 핸드폰을 방에서 안 가져왔음을 알아차리고 폰을 챙기러 방에 다녀왔다. 그러는 사이 딱 바라던 만큼 치즈가 녹았는데, 떡 사이사이 보이는 국물 속으로 침몰해 버린 가녀린 치즈 너머에 그럴듯한 자태를 뽐내는 녀석이 있었다. 치즈의 풍미를 제대로 살려주겠다고 작정한듯한 자태가 타원형의 달걀 위에 덮여 있는 게 아닌가!



 치즈가 국물 속에서 다 풀어지지 않게 하려면 달걀에 올리면 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하찮은 발견이지만, 매번 달걀을 따로 넣어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고, 우연이라도 만들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라 퍽 의외였다. 떡볶이에 치즈를 완벽하게 얹는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적당히 끓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걀을 넣길 바란다. 먹기 직전에 삶은 달걀을 까서 넣으면 달걀이 아직 차가워서 치즈가 녹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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