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여름 가기 전에 술 한잔 하까?
-그래
-난 28일, 29일 휴무
-누구 부를까?
-(대화가) 재밌는 사람
-00?
-노노. 재미없어. 뭐 없으마 둘이 먹자
-그래, 중앙동 40계단에서 보자
오랜만에 중앙동 가는 김에 #화국반점 들러서 우동(했었나? 안 하면 짜장면) 먹고, 부산비엔날레 구경하려고 일찍 나섰다. 허~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15:30~17:00 휴식시간. 그렇더라도 여기는 먹거리가 지천인 동네다. 다른 데로 발을 떼는데 충무김밥 간판이 보인다. 통영을 자주 들락거렸을 때 먹을 게 마땅찮을 때 고민 없이 선택했던 충무김밥이다. 매번 먹을 때마다 천국표 김밥에 비해 맛도 특별하달게 없고 투입 재료대비 가격이 높은 게 의아했다. 아마도 쌀국수처럼 시장 진입 초기에 가격대를 높게 잡아서 성공해서인듯 하다. 통영도 아닌데 굳이~ 지나치려는데 시락국밥 7천 원이 눈에 딱, 좋아하는데 중앙동에서 이 가격! 생된장으로 만든 배추된장국, 좋아!
메인 전시관인 부산현대미술관 전시를 안 봐서 비엔날레 수준이 어떤지 모르지만(설혹 봤어도 논할 수준은 안되지만) 공짜인 부산근현대사박물관과 한성1918 전시는 뭐 그냥저냥, 별다른 감흥이 없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예전 한국은행 부산점의 금고를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전시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와 금고의 기능(비밀, 안전, 욕심)을 연결했으면 어땠을까, 은행 금고라는 특별한 공간이 주는 아우라를 활용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3층과 4층의 부산근현대사박물관 상설전시가 의외로 알차다. 일본인이 남긴 그림에 영도(당시엔 절영도)에 말이 노니는 장면이 있다. 제주도가 원나라 왕실이 운영하는 목축장이었다더니 섬이 말을 키우기 좋은 환경인가? 1926년 기준 부산부의 한국인과 일본인 인구수가 64,279명과 40,803명이다. 초량왜관에 일본의 무역 관련 종사자가 잠시 머물렀던 게 아니라 오래도록 가까운 이웃사촌으로 바로 곁에서 살았다. 변방은 문화의 충돌지점이자 새로운 문화의 시작점이다. 부산이 그랬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몸관리 잘해서 오토바이 계속 타자는 얘기가 나왔고, 정년퇴직이 엇비슷하게 남았으니까 오토바이로 (최소한) 아시아는 돌아보자, 첫 도착지만 잡고 상황에 따라 머물고 이동하고,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여행하는 "올드보이의 오토바이 방랑기"얘기까지. 햐아~ 오랜만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