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는 위치에 따라 풍경은 달라진다

타이베이 여행

by 딜리버 리

전 직장 동료 두 명과 7일간 머물며 택시, 지하철, 버스, 뚜벅이로 돌아다녔다. 택시는 공항에서 숙소로 찾아올 때 버스를 잘못 타서 어쩔 수 없이, 라이브뮤직클럽 끝난 새벽에 대중교통이 끊겨서 할 수 없이, 3명이 같이 이동하면 버스비랑 별 차이 없어서 두세 번 탔다. 대중교통이 저렴해서 택시비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졌다. 내가 만나 택시기사들은 대만말만 하고 다른 언어는 일절 못했지만 파파고 통역앱으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했다.


여행 블로그나 책자에 한국인들이 반드시 간다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이라는 단수이는 영화를 안 봐서, 소원을 적은 등을 날린다는 스펀은 그런다고 소원이 이뤄지지 않는 걸 알아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됐다는 지우펀은 사람에 치여서 행방불명될까 봐, 다들 안 간단다. 저녁에 숙소 근처 베트남 식당에서 만나서 해외 회식하기로 나는 원주민박물관, 누구는 한국인들이 줄을 서서 산다는 쿠키 쇼핑, 또 한 명은 숙소에서 업무처리하기로 했다.


2000년대 말에 만났고 시간이 흐른 만큼 벌써 50을 넘겼고 그들도 50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회적 기준이나 시선을 핑계로 남들 한다고 굳이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 방식을 타인에게 고집 피우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아직까지 만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이 들수록 취향은 중요하다.


대중교통으로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그곳의 사회시스템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하철은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듯하고, 버스는 앞뒤 어디로 타도 상관없다. 어차피 카드 찍는데 한국은 왜 앞으로만 타라고 성화일까? 버스가 새 차든 낡은 차든 대부분(100%는 아닐 듯해서) 저상버스다. 계단을 오르는 버스를 탄 적이 있던가? 없다. 마치 법으로 강제된 것처럼.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교토 갔을 때도, 호주도, 파리도 저상버스가 대부분이었다.


세계 10위 경제력이라는 한국은 아직도 저상버스를 간혹 탈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액이 높아지면 선진국이 되는 줄 아는 돈이 최우선인 국가에 사는 곧 60대가 되는 50대 택배노동자가 볼 때 저상버스가 선진국 진입의 관문이고, 경로우대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제도와 시설의 변화 없이 입과 눈으로만 떠드는 경로우대는 거짓환상일 뿐이고, 몇 푼 쥐어주는 교통보조금은 노인들의 입을 닫게 하는 잠금장치로 작용된다.


힘겹게 버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버스의 문턱을 낮출 정치인을 뽑을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걱정하는 늙은이들이 넘쳐난다. 곧 유령이 되어 돌아다닐 것이다. 일상이 달라지지 않는 한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저상버스가 많이 다르냐고? 타보면 안다. 얼마나 편한지! 계단은 명백한 차별이다.

#대만 #타이베이 #저상버스 #이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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