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설날 같은 명절 연휴에 근무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프로모션을 한다. 평소보다 돈을 벌 수 있음에도 월급쟁이 택배족들은 연차를 쓰고 쉰다. 왜? 노동의 대가에 비해 수입이 적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택배노동 시작한 뒤로 추석, 설날 연휴에 꼬박 근무했다. 한 푼이라도 벌어야 했고, 어디 갈 데가 없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작년까진 명절 연휴 배송은 물량은 적은데 배송구역이 넓어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퇴근시간은 평소보다 빨랐다.
올해 명절 배송은 16일, 17일, 18일 3일 내내 평소보다 많은 물량을 배송했고 퇴근도 늦었다. 더구나 30도가 넘는 기세등등한 폭염 덕분에 땀범벅으로 돌아다녔다.
기후 변화에 물량 변화 그럼에도 오를 기미 없는 임금, 몸으로 먹고사는 택배노동자에겐 삼중고 연휴다. 어쨌든 이번 달 월급 들어오면 명절 연휴 근무하면 얼마나 수입이 느는지 동료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게 프로모션 금액을 공개할 예정이다.
개봉 며칠 만에 베테랑2가 몇 백만 명을 동원했단다. 베테랑을 재밌게 봤는데 과연 2도 그럴까? 극장을 독식한 결과 아닐까?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처럼 고ㅔㄴ찮았던 속편 제목이 쉬이 안 떠오르는건 나은 속편이 없거나 아주 적은 거 아닐까? 감정도 그럴까?
얼마 전에 생면부지의 어무이들에게 만두랑 복숭아를 대접받았다. 이번 연휴 기간에 감천문화마을쪽 배송을 갔다. 위에서 내려오나 밑에서 올라가나 힘들긴 매한가지인 차량 진입이 안 되는 골목길, 무거운 물건이면 위에서 내려오는 게 그나마 조금 편한데, 부피는 크지만 그리 무겁지 않고 위쪽 길에 배송지가 없어 밑에서 올라가기로 했다.
비탈 골목은 물건이 가벼워도 걸음수만큼 호흡이 가빠지고 다리힘이 풀린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는데 등 뒤에서 서너 명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봐라, 등에 땀이…
-아이고~ 저 무거운 걸…(부피 보고)
-명절에 쉬도 못하고 택배 하고, 아이고~
부피 큰 물건을 든 바람에 골목길에 앉아있던 사람을 못 봤나 보다. 최소 수십 번은 오르내려서 익숙할만도 한데 배송 마치자마자 아~ 진짜 이 동네 X 같다, 나도 모르게 욕을 뱉으며 털래털래 걸어 내려온다. 마치 그래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골목길을 지나치는데,
-택배 기사 양반!
-(이렇게 택배기사를 급하게 부를 땐 파손됐거나 왜 거기 뒀냐, 늦냐 등등 대부분 클레임이다. 경계하며)네?
-여 와서 물 자시고 가
골목길 어느 집 앞에 은박지 돗자리 깔고 동네 영감 할매 네댓 명이 송편과 갈비찜에 소주, 막걸리로 음복 중이다. 며칠 전 받았던 골목 인심이 떠올라 택배가 아무리 급해도 넉살 좋은 아들 역할을 해야 한다.
-맛있는 거 드시네. 물만 먹고 가요?
-(미안한 표정으로) 아이라~ 여 있는 거 다 묵어도 돼
-(송편을 집으며)어무이가 했어요?
-하아~
-(올해 첫 송편을 배송지에서 먹으며) 오호~ 맛있다
-맛있제? (다른 사람들에게)이 양반이 맛있단다
-(다른 분이 막걸리를 따라주며)한 잔 해
-오데요. 근무 중에 마시마 안돼
-명절인데 째삐라
-ㅎㅎ, 여서 어무이들이랑 한 잔 하고 낮잠 자고 싶네
-고생이 많다. 날도 미치 갖고 이리 더버서
-택배기사들 다 홀쭉하더라
-(송편에 갈비찜까지 먹고) 잘 먹었슴다. 이리 얻어먹고 그냥 가서 우짜노?
-그냥 가긴! 커피 타러 갔은께 그거 마시고 가
-햐~ 어무이들 마음에 눈물 날라 한다
-여 사는 할매들 잊지마래이
-야, 안 잊을게요. 항상 건강하시고요
-그려, 기사 양반도 몸 건강하고
-네
씨바~ 뭐 이런데가 있냐 동네 욕을 서슴지 않았던 나 자신을, 내 입을 원망할 뿐이다. 계단 탈 일 없는 몸 편한 아파트 배송노선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마음이 있어 몸의 힘듦을 이기는 동네다. 세상 모든 일처럼 감정도 반복되면 무뎌진다는데, 아닌 것 같다.
#곳간에서_인심난다, 먹고 살만큼 형편이 넉넉해야 남을 동정하고 도울 수 있고, 경제력과 인성이 상관있다 알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경주최씨 같은 부자 얘기가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는 영화처럼 아주 드문걸 보면 곳간에서 인심이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보편적 마음이 곳간을 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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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인센티브 #송편 #인지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