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걸 두려워 마라.
울음은 당신 마음을 슬픈 생각에서 해방시킬 것이니,
소리 내어 진정으로 울 줄 아는 자는 진심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호피족 잠언)
-엄마, 오늘 어디 가요?
-시장에 마늘 갈러 갈까해, 장도 보고
-같이 가요
-오늘 쉬나?
-예, 한 시간 뒤에 도착요
1시간 뒤, 엄마의 장보기 카트를 끌고 용호시장 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엄마 자주 봐야지 하는데 잘 안되네
-아이고~ 그래도 작년 4월 이후로 한 달에 2번은 본다아이가, 전화도 자주 하고
-어, 엄마 알고 있었나?
-내 속에서 나왔는데 그걸 모르겠나? 옛날부터 지가 좋아하는거 홀딱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락 안 하고 그랬어
-미안
-뭔 일이 있나 싶어도, 더 마음 상할까 봐 안 물었지
-고마워
-괜찮나?
-괜찮은 줄 알았는데… 별 탈없이 견디고 있어
-그래.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덕분에 아들 얼굴 자주 보네
마늘을 갈고, 시장 한편 노상에서 한 단에 5천 원 하는 알타리 무 3단을 싸다고 사신다. 돌아오는 길에 근처 야채가게에서 3천 원에 판다. 역시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참, 박물관에서 재밌는 전시 하던데, 보러 가까?
-뭐?
-인디언 관련 전시인가 봐
-인디언, 캐나다, 미국에 그 사람들?
-응. 제목으로 짐작해 보면 인디언으로 알았는데 아니던가, 인디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이런 거 아닐까 싶은데
-근데 왜 인디언이고? 인도하곤 관계도 없는데… 진짜 인도 사람은 뭐라 부르는데?
-(오~ 역시!) 그게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 인도인 줄 알았대. 그래서 그곳에 살던 원주민을 인디언이라 불렀대.
-그럼 인디언이라 부르면 안 되지
-그래서 북미 원주민이라 부르는 게 더 정확하대.
-부산과 대구를 같은 경상도 사람으로 묶는 것도 영 그렇고 웃기던데. 제대로 불러야지
미국 덴버박물관과 교류 전시라는데, 40여 부족의 유물과 모형,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둘러보시더니,
-아이고~ 이 사람들도 머리에 이고 다녔나 보네. 우리도 한창 이고 다녔는데
-이야~ 이 옷 봐라. 진짜 곱다. 신발 색깔이 우째 이리 이쁘노? 세련되고 이쁜기 지금 입어도 되겠다. 엄청 비싼 명품 같다
-박물관 좋아하는 아들 덕에 좋은 구경 했네. 몰랐던 것도 알고, 맛있는 밥도 먹고(#참소국밥)
-헤헤헤, 좋았다니 다행이다. 다음엔 다른데 구경 가자
-그래
북미 원주민이 살던 터전을 빼앗고, 인디언을 천하의 악당으로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던 총잡이 전문배우였던 존 웨인의 뻔뻔한 인터뷰,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타인을 헐뜯는 짓은 어느 때나 있던 거라 놀랍지도 않다.
"나는 이 위대한 나라를 그들로부터 빼앗은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중략)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땅이 필요했고, 원주민들은 그 땅을 그들만 가지려고 했어요."
#우리가_인디언으로_알던_사람들 #부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