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주말을 보내면서
책방노랑의 첫 주말도 지나고 월요일을 지나 화요일인 오늘. 오전에 잠깐 아이와 들른 손님이 나가니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다. 무화과 빵에 버터 살짝 바르고 꿀 두 방울 떨어뜨리고 숟가락으로 슥슥 묻혀 먹으니 세상 달다. 나의 지난 책방노랑의 주말도 이렇게 달았지 싶다.
주말을 거쳐 월요일. 생각할 것들이 주어졌다. 그리고 화요일, 오늘 그 주어진 생각들을 정리해야지 한다.
감사한 이들이 다녀가신 후에 조언을 남기고 가셨고, 나는 그 조언들을 이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생각해본다.
첫째로, 너무 어려운 서적만 있다는 조언.
예상했던 일이다. 책방지기의 색이 진한 책방이라는 게 특색이면서 문제인 것이다. 서적들의 위치를 책방의 뒤쪽으로 뺄까. 아니면 맨 위 칸으로 올려야 하나. 그럼... 내가 보여주고 싶은 책들을 더 접하기 어려워질 텐데...
둘째로, 도서관인지 책방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다른 책방 대표님들의 조언.
맞다. 두세 시간 동안 아이에게 책방의 책들을 다 꺼내 읽어주곤 그냥 나가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오픈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책방의 책들은 다 새 책인데, 모두 그 아이 엄마의 손으로 쫙쫙 펴지기도 하고 장마다 침이 묻혀진다. 하.. 화도 나고 어쩔 수 없는 것에 침울해진다. 그래, 책방지기가 다른 손님을 위해 말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을 썼다. 여기는 모두 판매하는 책을 둔 서점이라고. 제발 소중히 아껴 읽어달라고. 그리고 제발 두세 시간 읽고만 그냥 나가시지 말라고. 어려웠지만 일단 글을 써둔다.
셋째로, 팔릴 책을 두라는 조언. 아무리 책방지기가 보기에 양서가 아니더라도, 책방지기가 읽지 않은 책은 책방에서 팔지 않겠다는 초심이 있더라도. 팔릴 책을 대량으로 구비해두라는 조언. 소품종 대량 입고. 하... 나는 다품종 소량 입고. 그리고 양서 대량 입고가 목표인데... 이것도 나의 과제이다.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변하겠다는 시간이 아니라, 내 초심에 확신이 제대로 서기까지의 시간 말이다.
어찌 됐든 난 오늘도 기분 좋은 책방 문 열기를 했다. 늘 이 공간에 빛을 들어오게 하게 온기를 채우면서 손님을 기다리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이다. 오늘 무화과 빵까지 더 해지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