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와 책방지기 사이
책벌레와 책방지기 사이
어제는 6권을 팔았다. 오늘은 눈이 내린다. 그리고 쌓여 간다. 오늘은 손님이 앉는 소파에 앉아 본다. 손님을 위해 비워둔 소파에 오늘은 내가 앉아본다는 건 마음을 조금 비웠다는 뜻.
어제는 책방에서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속 재생으로 틀어놓고 <다시, 피아노>와 <감정의 혼란> 그리고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읽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마음이 조급하지 않았다. 아홉 번째 문을 열었고 가장 책을 적게 판 날이지만, 한편으론 여유를 찾았다. 구석구석 먼지도 치우고, 잠시 앉아서 책도 읽고 책 리뷰도 쓰고.
오늘도 잔뜩 쌓아둔 책 리스트 중에 세 권을 골랐다. 오늘도 거뜬히 다 읽어낼 거다. 마음이 또 여유롭다. 놀랍다.
나는 책벌레에 가까운 게 아닐까. 책방지기라면 조급했을 시간을 책벌레에게는 환상의 시간이니 말이다. 책을 좋아하면서 책을 파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딜레마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어제 오늘은 책벌레인 내가 싫지 않다. 아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