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에어를 타고 파리로 가던 날이었어.
전날 미리 헬싱키에 있는 친구에게 그곳의 날씨에 대한 질문을 했어.
딱 6시간 나가기에 두꺼운 외투를 챙기는 건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었거든.
아무튼, 조금 추우니 적당히 따뜻하고 가벼운 옷을 입으라는 말이
그녀와 내가 서로 다른 기준에서 하는 말이라는 걸
핀란드에 도착한 순간 알았어.
나는 봄 옷 중 따뜻하게 옷을 준비했고,
그녀의 말의 의미는
겨울 옷 중 적당히 가벼운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는 뜻이더라고.
날씨는 봄 옷을 입은 나에게는 추웠고
가벼운 겨울 옷을 입은 그녀들에게는 적당한 날씨였어.
아무튼 가벼운 봄 재킷 하나만 걸치고 거닐었던 헬싱키는
날씨만 따뜻할 뿐 모든 것이 따뜻하게만 느껴지더라.
도시의 표정도
햇살도
함께한 그녀들의 웃음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