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Experience to Emotion
지난 글에서 우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디자인 영역, 즉 ‘보이지 않는 경험’을 어떻게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2편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AI와 사용자의 관계를 더 깊고 신뢰감 있게 만드는 디자인 포인트들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AI는 완벽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실수가 아니라 그 실수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예요
같은 ‘오류’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크게 달라집니다.
대화 안에서 오류 대응 : 대화 안에서 “죄송합니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처럼 오류를 대응하면 대화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오류를 인지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쉽게 지나칠 수 있고 유도력이 약하죠.
→ 이 방식은 가벼운 오류나 맥락 혼선에 적합합니다 (예: 발화 인식 실패, 문맥 오해 등)
- 버튼으로 재시도를 유도할 때 : “다시 시도하기” 버튼을 띄우면 즉각적인 인지를 돕지만 대화의 리듬이 깨집니다.
→ 이 방식은 사용자가 즉시 액션을 취해야 하는 오류에 효과적이겠죠. (예: 응답 실패, 검색 결과 없음 등)
- 시각적 경고(컬러 강조)를 사용할 때 : 빨간색이나 경고 아이콘은 강한 시선을 끌지만 대화중 불필요한 긴장감을 줄 수 있습니다.
→ 이런 시각적 강조는 시스템 수준의 문제(예: 네트워크 오류, 연결 끊김) 일 때만 쓰는 것이 좋습니다.
AI의 실수는 ‘경고’가 아니라 ‘이해의 부족’으로 다뤄져야 하니까요
⚠ Insight
피드백 디자인은 단순히 오류를 알리는 수단이 아니라 AI가 얼마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지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OTT나 TV 환경에서는
가벼운 오류 → 대화 흐름을 유지하며 대화 내에 자연스럽게 노출
시스템 오류 → 명확한 컬러 대비와 버튼 강조를 통해 빠른 복귀를 유도하는 식으로 상황별 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AI의 답변에 의심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용자는 AI가 내놓은 그 답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로딩 피드백 : 단순 스피너는 ‘멈춤’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서비스마다 로딩 피드백에 이유를 담습니다.
- ChatGPT는 “웹에서 찾는 중”이라는 문구로 탐색 단계를 보여줍니다.
- Gemini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생각 중이에요” 문구를 번갈아 노출해 AI의 인지적 과정을 시각화하죠
- Wrtn은 “부드러운 어조로 방향 설정 중” “객관적으로 답변하기”등 사용자의 성향을 고려해 개인화된 사고 과정 표시합니다
출처 라벨 표시 : AI의 신뢰는 근거에서 옵니다.
- Copilot은 본문 밀도를 낮추기 위해 숫자 라벨을 본문에 두고, 하단에 출처를 일괄 정리해 제공하고 있어요.
- ChatGPT는 텍스트 내에 하이퍼링크를 삽입하여 즉시 참조가 가능하도록 구성하고 있어요
- Perplexity는 상단에 출처 파비콘을 배치하여 시각적으로 간결하면서도 신뢰감을 주고 있어요.
⚠ Insight
신뢰성은 서비스의 분위기나 말투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 근거와 출처의 ‘표현 방식’에서 시작됩니다.
OTT/TV 환경에서는 무조건적으로 단계적 로딩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보 근거가 중요한 질문엔 단계형 로딩으로, 단순 명령은 빠른 피드백등 상황에 맞게 줄 수 있겠죠
출처의 경우에도 TV와 모바일 간에 차이점을 둘 수 있습니다. TV에서는 라벨 또는 파비콘으로 간단하게 출처를 표시하고 자세한 출처는 모바일 컴패니언 앱에서 보게 유도할 수 있어요.
모바일 또한 콘텐츠 서비스라는 특성상 출처는 간결하게 표현하고 출처 전문 보기 드로어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멀티 모달 UX는 단순히 텍스트·음성·이미지를 함께 쓴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핵심은 어떤 정보(질문 유형)에 어떤 표현(대화형 / 카드형 / 풀뷰)을 쓰는지가 규칙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텍스트형 UI : 빠르고 명확하지만 시각적 집중도가 약해 보여요
→ 적합 상황: 간단 Q&A, 빠른 텍스트 응답, 튜토리얼 제안
카드형 UI의 한계 : 정돈되어 보이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의 정보를 담기 어렵습니다.
→ 적합 상황: 콘텐츠 탐색(영화/시리즈/인물), 추천·비교 인터랙션
멀티모달 인터랙션 카드시스템 : 콘텐츠 결과물일 경우 큰 썸네일 카드로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콘텐츠가 단편이 아닌 시리즈일 경우 썸네일의 크기가 줄어든 리스트 형태로 제공하면 정보를 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단순 지식형 응답의 경우엔 요약된 텍스트로 제공할 수 있죠
정보 위계와 시선 흐름
텍스트형, 카드형 모두 피로감 없이 정보를 이해시키도록 하기 위해선 위계를 나누는 것이 중요해요
제목 → 핵심 정보 → 콘텐츠 → 선제안식으로 정보를 나누고 정보의 텍스트 크기, 컬러 밸런스, 여백을 지정해 주어 정보의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브랜드 톤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보는 사람이 정보를 이해하기 쉬워요
⚠ Insight
멀티모달 경험은 단순히 여러 형태의 입력 방식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상황에 맞게 ‘보여주는 방식’을 조율하는 디자인 언어예요.
TV·모바일은 같은 언어(심벌/색/모션)를 공유하되 표현 밀도는 디바이스 별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일한 카드라도 TV에서는 핵심 1가지만, 모바일에선 확장 가능한 정보까지 담아내는 식으로요.
AI 시대에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답이 ‘인간과 기술 사이의 연결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화면을 예쁘게 꾸미는 사람에 머물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AI의 기능을 사용자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안에서 친근함과 신뢰감을 어떻게 느끼게 할지 고민해야 하죠.
색상, 아이콘, 애니메이션 같은 시각 언어는 사용자와 AI를 이어주는 감정적 다리이고,
그 연결을 따뜻하게 만드는 건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면 디자이너는 그 안에서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존재로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AI 시대의 디자이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라이트브레인 가치디자인그룹 최지은